[Y인터뷰] 이인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 노인호,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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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30 08:00  |  수정 2018-06-30 08:01  |  발행일 2018-06-30 제22면
“외국 투자기업에 직접 PT…최고책임자가 설명하면 신뢰도 높아져”

지난 22일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대경경자청) 원장실 옆에 마련된 접견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84인치 스크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반대편에는 수성의료지구와 테크노폴리스 지구 등 대구지역 4개 지구, 영천첨단부품소재산업과 경산지식산업지구 등 경북지역 4개 지구 등 대경경자청이 개발과 기업유치 등을 책임지고 있는 지구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안내판이 전시돼 있었다.

“외국기업들이 오면 제가 투자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합니다. 실무진이 할 수도 있지만, 최고 책임자가 직접 설명을 하면 그만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인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기업 유치’다. 각 지구 개발도 중요하지만,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 유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기업 자주 만나 신뢰쌓는 게 중요
한달에 한번꼴로 해외서 유치 설명회
지역기업 대표도 직접 PT 하도록 해
잠재적 투자가 마음 이끌어내는 효과

대구경북으로 나뉜 경자청 조직 개편
미래개발·유치본부로 조정 업무조율

임기동안 경자청장 역할에 집중할 것
자꾸 묻는 정치복귀 지금은 관심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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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지난 10월 취임 이후 한달에 한번꼴로 해외에 나가 기업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청장은 “적극적인 해외 기업의 투자유치를 통해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이 지역에서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이 청장은 지난해 10월30일 취임 이후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곧바로 해외 투자 유치 설명회를 위해 중국 상하이와 베트남 호찌민으로 떠났다. 이후 6개월 동안 싱가포르, 미국(애틀랜타, 라스베이거스), 중국(베이징), 아랍에미리트, 프랑스(파리, 리옹) 등을 다녀왔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외국에 나간 셈이다.

언뜻 실질적인 투자유치 없이 두루뭉술하게 서류만 있는 업무협약을 체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청장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업무협약(MOU)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유치를 위한 업무협약과 실제 투자를 약속하는 업무협약으로 나눠 챙기고 있다”면서 “취임 이후 9건 정도의 업무협약을 했고, 이 중 협약 안에 구체적인 투자금액을 명시한 경우가 절반 이상인 5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기업을 한 번 만난다고 해서 바로 투자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첫 상견례 이후 또 만나고, 이후 이들이 대경경자청 오게 되는 과정을 거쳐 실제 투자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만큼 구체적인 투자금액이 없더라도 업무협약을 위한 만남도 중요하다”면서 “외국기업의 입장에서도 대경경자청이나, 함께 온 한국기업들을 한 번 보고 어떻게 투자유치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자주 만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 이후 이들이 투자를 하게끔 신뢰를 쌓아야 성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의문은 ‘꼭 청장이 가야 하는가’였다.

이에 이 청장은 “해당 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나서서 지원을 약속하는 것과 아무리 위임을 받았다고는 해도 중간 간부가 약속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같은 취지로 투자유치에 나선 국내 기업들에도 CEO가 직접 투자 유치 설명을 하도록 하고, 그게 힘들면 최소한 짧은 기업 소개 인사말 정도는 대표가 직접 하도록 했고, 결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 청장이 이런 원칙을 적용한 것은 지난해 11월30일 진행한 싱가포르 IT협회 투자유치 때부터다. 지구별, 그리고 산업단지에 대해 자료를 통한 일방적인 소개 중심으로 진행했던 투자유치 활동을 이번에는 지역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체와 함께 진행했다. 여기에 지역 기업 대표가 자사의 기술력을 직접 영어로 발표하게 하거나, 최소한 기업 소개 인사말을 직접 하도록 해 잠재 투자가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이처럼 투자를 받을 지역 기업 대표가 자사의 상품을 영어로 프레젠테이션 하는 등 기업의 신규시장 개척과 자본유치 활동을 전개하는 방식은 전국의 경제자유구역 중 대경경자청의 유일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대경경자청은 설명했다. 싱가포르 IT협회 투자유치에 참가한 지역 A기업은 말레이시아의 기업으로부터 투자의향을 전달받아 논의 중이고 또 다른 지역 B사는 싱가포르 투자자와 100만달러 투자유치 건으로 협의 중이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올해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투자유치 활동을 기획 중이며 11월 말쯤 추진할 수 있도록 지역기관들과 협의 중에 있다.

국내 기업들과 해외 기업 설명회에 함께 나가는 이유는 또 있다. 미래성장 동력을 갖춘 지역 우수기업과 해외자본 또는 기업과의 합작 투자(Joint Venture)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 청장 취임 이후 실제투자를 약속한 5건 중 1건을 제외한 4건은 모두 합작 투자고, 도착한 외국인직접투자(FDI)액만 2천600만달러가 넘는다.

지난 3월 조직개편에 나선 이유도 실질적인 기업 투자 유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대구와 경북 등 지역으로 나뉘어 있던 조직을 기능으로 묶어 ‘미래개발본부’와 ‘개발유치본부’를 조정한 것.

이 청장은 “예전에는 대구와 경북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해당지역으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불필요한 경쟁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유치정책실에서 조율해 기업유치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넓고 값이 저렴한 부지를 원할 경우 경산 등 경북지역으로, 땅값은 비싸도 고급연구소 등이 필요한 경우는 수성의료지구 등 대구지역으로 유치하는 맞춤형으로 전환,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면서 “또 예전에는 같은 지역을 대구와 경북이 중복해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유치정책실에서 이를 조정해 지역과 업종이 겹치지 않도록 투자유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경경자청은 대구시와 경북도에서 파견된 인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탓에 직원 간 업무협조가 원활하지 않거나 중복 투자 유치에 나서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경북 모두에 네트워크를 가진 이 청장은 이런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 이 청장은 여성 최초로 경북도 정무부지사와 경제부지사를 지냈고, 계명대 대외협력부총장과 대구신기술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또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원장을 지내 대구시와 경북도 양쪽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에 대구경북 지구지정이 끝나는 탓에 대경경자청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 청장은 “2022년까지 개발을 마무리하더라도, 기업을 유치, 성장하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 영천은 2013년 개발 완료 5년 정도 지나서 기업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 기업들의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키워줘야 한다. 그런데 그걸 딱 잘라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지구 개발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치한 기업을 지원하는 것들이 더 중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로 유지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시조직인 경자청을 상시조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년의 임기를 마칠 때쯤 대경경자청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이 청장은 “대구경북 젊은이가 지역에서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이 여기에 남아서 뭔가 할 수 있는 도시가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대경경자청에 자리 잡은 기업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젊은이 등 지역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곳으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를 둘러싸고 끊이지 않는 물음 중 하나인 ‘정치 복귀’에 대해 이 청장은 “지금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 “경자청장으로 올 때 내가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임기 동안에는 그것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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