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주부·엄마로 살아온 젊은 날 스스로 대견”

  • 글·사진=조경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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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4   |  발행일 2018-07-04 제14면   |  수정 2018-07-04
근로복지공단 나이팅게일賞
50세 이미경 수간호사 선정
인증 간호간병 등서 역량 발휘
“기형있는 아기 볼때 마음 아파
퇴직후 조금씩 나누며 살 계획”
“직장인·주부·엄마로 살아온 젊은 날 스스로 대견”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올해의 나이팅게일상을 수상한 이미경 수간호사(왼쪽)가 김봉옥 원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저는 생계형 간호사예요. 크게 목표는 없었어요. 거의 매일 극복하고 잘 버티고 견디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힘겨웠던 때를 잘 견뎌왔기 때문에 젊지 않다는 것만 빼면 지금이 가장 적당하게 좋은 때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구시 북구 학정동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원장 김봉옥)은 최근 제26회 간호사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나이팅게일의 탄생을 기념하고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진정한 간호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마련됐다. 올해의 나이팅게일 수상자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이미경 수간호사(50)가 선정됐다.

1991년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이 수간호사는 20년간의 강원도 근무를 끝으로 6년 전 대구병원으로 왔다. 다양한 업무와 경험을 가진 그는 인증 간호간병 등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이번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금 나이쯤 되니 마음가짐을 달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불만도 있었고 힘든 것도 물론 있었죠.” 간호사는 감정적·육체적으로 힘든 직업 가운데 하나다. 밤 근무가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더욱 견디기에 힘이 든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교대근무 부담이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고비를 넘기면 괜찮은 날이 오기 마련인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참아내는 강도와 기다리는 시간에 약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 수간호사는 직장인·주부·엄마로 살아온 자신의 젊은 날이 스스로 대견했다고 말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다녀야 했던 간호사 초년 시절에는 매일 울다시피 하면서 근무를 했다. 아이 봐 줄 사람이 없어 전전긍긍했던 때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느낌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견디고 또 버티면서 세월이 흐르고 나니 웬만한 건 ‘뭐 이것쯤이야’ 싶은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환자들을 만났지만 그중에서 기형으로 인한 장애 아기들을 볼 때가 가장 짠하다고 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을 하는 부모를 볼 때 무척 마음이 아프다는 그는 자신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되고 보니 무엇보다도 자식 키우는 일이 가장 힘겹지만 숭고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간호사는 앞으로 직장생활이 10년쯤 남았다. 퇴직하고 나면 그냥 주변을 돌아보며 살고 싶다고 한다. 거창하게 아프리카로 가서 봉사한다거나 그런 큰 사명의식이나 소명의식은 엄두를 못 낸다. 그저 이제껏 받았으니 조금씩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며 받은 만큼 돌려주며 살아가고 싶은 게 바람이라면 바람이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4개 병동 간호사들은 바쁜 가운데 병원 인근 지역주민들을 위해 매월 봉사를 나가기도 한다. 동화 골든빌(북구 학정동) 노인정과 학정동 노인정으로 혈압과 당뇨 검사를 다니며 말벗이 되어 주고 있다.

지난달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장(3대)으로 취임한 김봉옥 원장은 “병원은 직원이 감동하고 직원이 만족해야 저절로 웃음이 나게 된다. 직원이 인정받고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병원이 되도록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고 싶다”며 100송이 장미 다발을 이태숙 간호부장에게 선물하고, 다발을 해체해서 70여 명의 간호사에게 한 송이씩 전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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