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없는 새장’…不在가 주는 결핍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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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범기자
  • 20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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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아트스타

8월12일까지 정혜숙 ‘조감도’

내달엔 야외광장서 신작 소개

정혜숙 작
분명 큰 새장이다. 새가 날아와 마실 것으로 짐작되는 분수와, 둥지를 만들기 위한 사각형 틀, 나무로 만든 그네 등이 보인다. 그런데 새가 없다. 그래서 적막하고 허전하다. 있어야 할 존재의 ‘부재’가 만든 풍경이 어색하기조차 하다. 부재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대구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아트스타에 선정된 정혜숙 작가의 설치작업인 ‘조감도(鳥感島)’가 흥미롭다. 4면이 유리로 된 유리상자 안에 ‘새 없는 새장’을 꾸며놨다.

작가는 “새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왔을 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새의 감성으로 ‘상상한’ 휴식처나 서식지를 구축한 셈이다. 사람의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인간과 격리된 공간이다. 작가는 새의 부재를 통해 도시와 자연, 인간의 현실적인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정종구 큐레이터는 “작가가 마주하는 새는 인간이 가해하는 자연의 상징일 수 있다. 새의 부재는 자연의 부재로 이어지고,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의 결핍을 떠올리게 한다”고 분석했다.

작가의 ‘새장 작업’은 서울의 작업실 인근에 위치한 ‘필리핀버드’에서 새소리를 들으면서 시작됐다. 필리핀버드는 이국적인 새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가게였다. 작가는 “당시 새는 보이지 않았는데, 새소리가 들렸다. 신기한 새들이 상상됐고, 새소리만으로도 작업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울산의 모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작가는 결국 새소리를 갖고 설치작업을 만들었다. 유리상자는 새소리를 확장한 작업이다. 작가의 또다른 작업도 곧 볼 수 있다. 다음달 봉산문화회관 야외 광장에 새소리가 들리는 ‘게르’를 설치작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계원조형예술대학 출신의 작가는 10년간 프랑스에서 유학했다. 서울에서 작업하다 지금은 레지던시 활동에 적극적이다. 작가는 “새로운 환경이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도시와 자연, 인간의 관계에 대한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8월12일까지. (053)661-350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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