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밀·유기농 재료로 가족 위한 건강빵 구워요”

  • 김수영
  • |
  • 입력 2018-07-06   |  발행일 2018-07-06 제34면   |  수정 2018-07-06
빵의 대가들
베이킹스튜디오 ‘블루티팟’
20180706
20180706
20180706
20180706
20180706
20180706
블루티팟에서 만든 다양한 빵들.

블루티팟의 빵선생님 전향희씨는 자신이 빵 만들기를 시작한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예전에 저의 별명이 ‘부스럭아줌마’였어요. 늘 빵, 과자를 사서 가방에 넣어다니면서 먹었는데 빵을 꺼낼 때 빵봉지에서 나는 소리에서 따온 별명이지요. 그 정도로 빵을 좋아했습니다. 제가 빵을 처음 시작한 2010년쯤만 해도 우리밀로 만든 빵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밀 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빵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강에 좋은 빵을 만들려는 욕구가 강해지는데 여기서 부딪히는 것이 맛이다.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우리밀을 주재료로 사용했는데 식감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이다. 우리밀빵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투박한 맛이 구수함으로 다가오지만 달달하고 부드러운 빵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거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저는 빵을 만들 때 우리밀, 유정란, 비정제설탕을 사용합니다. 이렇다 보니 빵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오히려 사 먹는 빵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기도 합니다. 제가 만든 빵은 주로 ‘밥빵’입니다. 밥처럼 단 것, 기름진 것이 안 들어간 빵이지요. 이런 빵은 밥처럼 채소와 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이 같은 전씨의 말에 블루티팟의 여러 회원이 동의를 표시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홍복자씨는 어린이집 원생의 간식을 만들어주려고 4년 전부터 제빵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늘 원생들의 간식 때문에 고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빵을 좋아하는데 직접 만들어주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지요. 블루티팟에서는 유기농재료를 많이 쓰고 가급적 첨가물을 적게 넣으니 당연히 건강에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홍씨와 함께 빵을 배우기 시작한 손영학씨(보석공예가)는 자녀들이 빵을 좋아해서 여기에 뛰어들었다. “아이들이 빵을 좋아해 입에 달고 있어 좋은 재료가 들어간 빵을 만들어보려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녀 때문에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선물용으로 애용한다는 말도 했다. “제가 운영하는 연구실에 제법 많은 손님이 찾아옵니다. 손님을 대접하는 음식으로 커피와 함께 빵을 내놓습니다. 또 고마운 분들에게 정성을 표시하고 싶을 때도 직접 만든 빵을 줍니다. 작은 케이크 하나 만드는 데 3~4시간씩 투자해야 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회의도 들지만 받는 분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이 사라집니다.”

빵을 선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손씨의 앞에 있던 도현주씨(주부)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몇 년 전 취직을 위해 면접 보러 갈 때 심사위원들에게 간식으로 줄 유자쿠키 몇 개를 구워 갔습니다. 별것 아닌데 면접하러 오면서 이렇게 직접 쿠키를 구워 오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심사위원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취직을 했습니다.”

도씨는 자녀가 고3 때 경험했던 일도 들려줬다. “학교 급식이 며칠 중단되었을 때 제가 직접 빵을 구워서 점심으로 싸주었어요. 딸이 친구와 나눠 먹었는데 딸의 친구가 졸업할 때 나에게 고맙다며 편지를 써 줘 감동했습니다.”

도씨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던 채해숙씨(주부)는 객지에 있는 가족들에게 줄 건강한 빵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블루티팟의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딸이 제가 만든 빵을 좋아합니다. 엄마가 만들어준 빵을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용기를 주더군요. 그래서 수시로 빵을 구워서 주위의 지인들과 나눠 먹습니다. 특히 모임에 갈 때 빵을 가지고 가면 자연스럽게 빵이 화제가 됩니다. 고맙다, 맛있다며 저를 격려해주니 빵 만드는 것에는 물론 다른 일에도 자신감이 생겨납니다.”

4년 전 녹색소비자연대에서 여는 ‘우리밀베이커리교실’에 우연히 참여한 게 인연이 돼 그때 강사였던 전향희씨를 따라 블루티팟까지 오게 됐다는 박정미씨(교사)는 스스로를 빵 마니아라 했다. “빵 만드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퇴근 후 집안일을 다 하고 나면 밤 10~11시가 되는데 이때부터 빵을 굽습니다. 또 밤에 잠이 안 오면 주방으로 나와서 자연스럽게 빵 반죽을 합니다. 이렇게 만든 빵을 맛있게 먹어주는 분들을 보는 보람도 무척 큽니다.”

박씨는 최근 경주의 한 절에 체코에서 온 스님이 계시는데 그분에게 드릴 치아바타를 굽는 데 빠져있다는 말도 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빵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들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건강빵을 만들기 시작한 이들이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힐링을 경험하고 그 빵을 여러 사람과도 나눠 먹음으로써 보람도 느끼는 것이다.

채해숙씨는 “블루티팟은 그냥 빵을 배우고 만들러 오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힐링의 장소이고 나눔의 공간”이라며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과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생활의 새로운 활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