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비해 빵집 많은 대구, 추천할 곳은 얼마 안돼”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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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6   |  발행일 2018-07-06 제35면   |  수정 2018-07-06
# 영화평론가 백정우씨
20180706
영화평론가인 백정우씨가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베이커리 카페 ‘우니카트’에서 대구의 음식문화와 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울에서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던 백정우씨(56)는 3년 전쯤 대구에 왔다. 숨가쁘게 살아왔던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였는데 대구는 부모님이 가정을 꾸렸던, 그에게는 정겨운 곳이었다.

“우선 1년 동안 지내보자는 생각으로 왔지요. 그래서 1년 동안 거의 삼시세끼를 외식으로 해결했습니다. 휴식을 취하러 왔기 때문에 육체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낯선 곳인 대구의 문화를 제대로 알려면 그곳의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구 단팥빵집 많아 거의 다 돌아다니며 맛봐
제대로된 가게 찾아도 얼마안돼 사라지기도
SNS 통해 인기 치솟는 곳 대부분 과대포장
지역사람들 바이럴마케팅 영향 많이 받는듯
달달한 것보다 바게트·치아바타 먼저 맛봐야
매장보다 큰 제빵실 갖춘 가게 믿을만한 곳
너무 먼 곳보다 집 주변도 괜찮은 곳 꽤 있어



그는 대구의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맛봤다. 자신의 주거지를 중구 삼덕동으로 정했기 때문에 중구를 비롯해 인근 북구, 수성구 등의 식당을 특히 많이 이용했다.

글쓰는 것이 직업이라서 이렇게 잦은 외식을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대구음식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고 블로그를 만들어 글들을 올렸다. 대구의 음식과 각 식당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적은 글이었다. 블로그 때문인지 그는 대구에 온 후 1년쯤 지나 첫 강의를 요청받았는데 그것이 대구음식과 더 깊은 인연을 만들어줬다. 강의의 주제는 ‘외지인이 본 대구의 음식문화’였다. 블로그 운영에 강의까지 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대구 음식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됐다.

대구음식에 대한 그의 평가가 궁금했다. “대구사람들 스스로 대구 음식에 대해 맛이 없다고 생각하더군요. 맛이 없다는 말도 틀리지는 않지만 맛있는 음식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음식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빵에 대한 평가도 기대가 되었다.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빵집은 많은데 추천할 만큼 맛있는 빵집은 그리 많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구는 단팥빵집이 특히 많습니다. 그래서 단팥빵집을 거의 다 돌아다녔습니다. 국산팥으로 그리 달지 않으면서 팥빵의 맛을 제대로 내는 빵집 하나를 발견했지요. 하지만 예상외로 그 집이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분점을 몇개 내었는데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더군요. 제대로 하는 빵집이 잘 되기는커녕 장사가 안되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음식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그는 SNS 등을 통해 갑자기 인기가 치솟는 빵집은 아예 가지 않는다고도 했다. 최근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네티즌이 e메일이나 다른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제작하여 널리 퍼지는 마케팅 기법)으로 인해 주목받는 빵집이나 음식점이 많은데 과대포장된 곳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조작된 입소문’이라 했는데 대구지역 사람들이 이런 마케팅에 특히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는 충고도 했다. 누가 맛있다는 집만 찾아다니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찾아서 먹어본 뒤 객관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그에게 맛있는 빵집 고르는 방법을 물어봤다. 그는 맛있는 빵집을 찾으려면 맛이 달달한 빵보다는 달지 않은 바게트, 치아바타 등의 빵을 먼저 먹어보고 맛을 판단하라고 했다.

“달달한 빵은 대충 만들어도 그 단맛 때문에 맛이 좋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맛을 알기가 어렵지요. 달지 않은 빵은 담백한 맛이 특징인데 이 맛을 제대로 내려면 내공이 필요합니다.”

그는 빵집 입구에서 빵집 전체의 냄새를 맡아보라고도 조언했다. 요즘 빵집을 가보면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집이 많은데 밀가루 발효 냄새가 나는 빵집이 맛은 물론 건강에도 좋은 빵을 만드는 집이란 설명이다.

빵 매장의 공간 구성도 빵의 품질을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가 된다. “전국의 여러 빵집을 두루 다녀본 경험을 토대로 분석했을 때 빵을 파는 매장보다는 제빵실이 큰 곳이 맛있는 빵을 만듭니다. 제빵실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빵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백씨는 멀리 있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집 주변에 맛집이 많으니 이런 곳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라고 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집 주변의 작은 맛집들이 많은데 멀리 있는 소문난 맛집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집 주변의 식당들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집을 찾아서 자주 가주는 것이 제대로 된 맛집을 살리고 지역의 음식문화를 발전시키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빵집도 이런 잣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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