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학생부의 법칙 .4] 경덕여고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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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9 07:45  |  수정 2018-07-09 07:46  |  발행일 2018-07-09 제15면
‘경덕행복제작소’ ‘교사협의회 맞춤 컨설팅’이 합격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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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여고 학생이 학교 홈페이지에 개설된 경덕행복제작소에 접속해 직접 자신의 활동 내용을 기록하는 모습. (경덕여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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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여고 교사들이 회의실에 모여 교과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경덕여고 제공)

대구 서구 중리동에 있는 경덕여고는 이 일대 아파트 노후화와 함께 쇠퇴의 길을 걸었다. 20년 전쯤부터 소위 ‘공부 못하는 학교’로 분류되면서 점점 잊혀갔다. 교사들이 학력 스트레스를 적게 받아도 돼 학교 지원 선호도가 높았던 불명예의 시절도 겪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이 학교 입학생들의 학력은 여전히 열악하다. 입학성적 순으로 대구 일반고 줄을 세우면 거의 끝이다. 이 학교 학생들의 공교육 의존도는 무려 90%. 학원 문 앞에도 못 가본 학생들이 적잖다. 수성구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교사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최교만 교장이 3년 이상 한 학교에 있겠다고 공언하면서 ‘학생부 관리 시스템’이 구축됐고, 교사들은 학생 맞춤형 대비에 올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사들은 열악한 환경에 처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 학교에서 공교육의 힘을 새삼 확신하게 됐다. 학생들은 교사들을 잘 따라줬고 점차 성과를 내기 시작했던 것. 2018학년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합격자를 배출한 경덕여고를 찾아 학생부 관리 비법을 들어봤다.

◆1학년, 희망대학 ‘인재상’ ‘전형’ 바로 알아야

경덕여고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희망 대학 ‘인재상’부터 체크한다. 수업시간에 자신의 희망대학의 모집 요강을 자필로 꾹꾹 눌러 써본다. 대학 홈페이지에 접속해 대충 훑어보는 것과 비교가 안된다. 학생들은 전형의 세부 내용까지 분명하게 인지하게 된다.


입학하자마자 희망대학 인재상부터 체크
모집 요강·전형 세부내용 직접 쓰며 숙지
대학별로 그룹지어 학생부종합전형 분석

인재상 초점 맞춘 활동 ‘행복제작소’ 기록
과목별 교사 이곳 기록 바탕‘학생부’ 작성
교사協, 매주 2시간 학생부 연구 큰 역할
‘불합격 학생부’ 원인 분석·재정비도 효과


조복순 경덕여고 진로진학부장은 “학생들이 희망대학별로 그룹을 지어 각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을 분석한다”면서 “개인PC와 용지를 주고 희망 대학의 인재상, 평가방법, 모집인원, 전형 종류, 면접 기출문제 등을 모두 찾아보면서 대학 입시에 한발짝 다가간다”면서 “입시에 대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구체적으로 알고 접근해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보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 좀 더 현실적인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합격생의 학생부

실제로 올해 서울대 물리천문학부(물리학 전공)에 합격한 이 학교 졸업생의 학생부를 보면 대학의 인재상에 천착한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교내에 물리Ⅱ 과목 신청자가 없어 카이스트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협력교육과정, 인터넷 강의로 해당 수업을 끝까지 수강한 점은 해당 대학의 인재상 중 ‘어려운 과목에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에 부합했다. 또 항상 질문하고 배운 것을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하길 즐겼던 부분은 ‘구성원을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한 경험’과 연결됐다. 수학·과학 관련 대회의 입상 실적은 고1보다 고2 때가 우수했고, 고3 때는 거의 1위를 석권했다. 이는 도전하는 태도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샤워할 때 떨어지는 물 소리를 듣고 온도와의 관련성을 탐구한 것, 체육시간 농구 경기 중 친구의 자유투 모습을 보고 골을 넣을 수 있는 각도를 계산한 점 등은 넓고 깊게 공부한 학생이란 점을 증명해 보였다.

◆‘학생부 관리 시스템’에 학생 스스로 참여

경덕여고의 학생부 대비 전략은 크게 투 트랙이다. 먼저 학교 자체 진로진학사이트인 ‘경덕행복제작소’. 학생들이 직접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신의 대회 준비 경과, 수행평가 결과, 체험활동 등 학생부 기재의 소스가 되는 모든 활동을 기록한다. 이는 학생부 기재 향상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학생부 기록의 근거자료가 된다. 학기 말, 본격적인 학생부 기재 시즌 때 “무슨 활동을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는 하소연을 하는 학생들이 적잖은데, 이 시스템이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 교과목 교사들은 마감 시한을 정해주고, 이곳에 올라오는 기록들을 참고해 학생부 기록을 한다.

교사협의회가 두 번째 트랙이다. 교과별 교사들이 매주 특정 요일 4교시부터 2시간 동안 모여 학생부 연구를 한다. 한 학급에 20명 남짓이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 학급 어떤 학생이 무엇을 잘하는지, 진로는 뭔지, 가정형편은 어떤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런 시간들이 3년씩 쌓이면 학생부 기록 내용이 풍성해질 수밖에 없다.

최교만 경덕여고 교장은 “우리 학교는 공부 잘하는 학생만 보살피는 ‘몰아주기’식 진학 지도를 하지 않는다. 1학년 때부터 학생 스스로 학생부 관리를 하도록 유도하고 교사들이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3년 넘게 유지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합격 학생부’ 분석해 떨어진 이유 찾아내기

“왜 떨어졌을까?” 교사들은 한 해 입시가 끝나면 불합격한 학생부를 다시 점검한다. 무엇이 모자라 떨어졌는지 분석하는 것. 지난해 입시 땐 서울권 한 대학에 합격을 자신했던 한 학생이 떨어지자 직접 대학 측에 연락해 항의했다. “이 학생이 왜 떨어졌는지 구체적 근거를 대라”고 따져 물었다. 그만큼 입시 전략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복순 부장은 “당시에는 왜 우리 학생이 떨어졌는지 납득이 안됐다. 하지만 학생부 분석을 다시 해보자 떨어진 이유가 드러났다”면서 “이런 과정은 마치 학생들의 ‘오답정리’와 같다. 교사들도 한 번 한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불합격 자료를 모아 철저히 분석한다.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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