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외엔 관심도 못받아…정신질환자 관리소홀이 빚은 참사

  •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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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0 07:36  |  수정 2018-07-10 07:36  |  발행일 2018-07-10 제9면

[영양] 8일 영양에서 발생한 40대 조현증(정신분열증) 환자 경찰관 살해사건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날 사건은 정신건강에 대한 환자 본인 및 가족의 관리 소홀과 이웃의 무관심, 경찰의 안일한 대처 등이 맞물려 빚어진 비극이었다.

범행을 저지른 백모씨(42)는 오래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로 인한 반사회적 행동도 다반사였다. 백씨는 2011년 1월 자신을 나무라는 환경미화원의 머리를 흉기로 내리쳐 1년6개월간 복역했다. 이후에도 자택에서 옷가지를 불태우는가 하면 야간에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렸다. 이 같은 행동은 노모 외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이웃의 방관’도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백씨가 수시로 한밤중에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마을 개들이 짖어 시끄러운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남의 집안 문제”라며 기피했다고 한다. 백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었으나 자신들이 개입되는 것을 꺼렸다. 이날 사건 이후에도 백씨 집안에 대해 소상히 아는 이웃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백씨의 정신질환이 날로 악화되자 어머니는 지난 3월9일 청송 정신질환 의료기관에 강제 입원시켰다가 5월31일 퇴원시켜 집에서 돌봐 왔다. 어머니는 퇴원 이유에 대해 “병원비와 약값이 부담돼 퇴원시켰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그러나 백씨 어머니의 이 같은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어머니는 영양군으로부터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대상자(의료·주거·교육)로 지정돼 있어 병원 입원 때 입원비·약값을 영양군으로부터 전액 지원받는다.

또 병원 퇴원 이후 복약 등을 관리받을 수 있도록 영양군보건소에 등록할 수 있고, 장애인 수당을 받기 위해 영양읍사무소에 ‘정신장애인’ 등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백씨나 어머니는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

정신분열증세 때 본인·보호자 외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경찰은 위해요소 발생 때 최대 7일까지 강제 구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평소엔 위해요소가 없고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질환 특성상 사전구금이 불가능하다.

백씨의 돌발적인 난동에 대한 경찰의 안일함도 지적됐다. 주변에 따르면 백씨는 평소 영양읍내에서 1t가량 폐지를 수거해 2㎞ 떨어진 집까지 오르막길을 운반할 정도로 체력이 강했다. 경찰은 백씨의 체력을 과소평가하고 물리적으로 제압하려다 변을 당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평소 출동 때 온순하게 말을 들었다”며 “이날도 평소처럼 접근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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