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알 수 없는 미래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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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0   |  발행일 2018-07-10 제31면   |  수정 2018-10-01
20180710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요즈음 기업가들이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저시급이 7천530원으로 2017년 대비 16.4%나 오른 데 따른 인건비 부담과 근로시간 단축으로부터 발생한 추가고용 압력은 다수의 자영업자와 제조업체들이 고심하고 있는 문제다. 특히 기업 연구개발부서들의 근로시간 제한은 현안과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불과 2년 전 기업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큰 변화를 미리 내다볼 수 있었던가? 2008년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로부터 불어닥친 금융위기는 국제금융기관들의 디레버리지를 통하여 전 세계로 파급되며 여러 국가의 경제 자주권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무서운 기세로 타올랐다.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 상황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이 어떻게 대서양을 건너 한창 잘나가기로 소문났던 아이슬란드를 단숨에 국가부도사태로 빠뜨리고, 태평양 너머 우리가 애지중지하던 펀드까지 반토막 낼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도대체 무얼 했기에 경고음조차 울리지 못했을까?

미국발 금융위기는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업종의 벽을 파괴하며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열어젖히고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선도한 스티브 잡스의 통찰력은 휴대전화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와 3위 업체인 LG전자를 순식간에 초토화시켜 버렸다. 예측의 여지를 줄 틈도 없이 순식간에 시장의 주연을 바꿔 버리는 격동의 시대가 어느덧 우리 옆에 와 있는 것이다.

역사의 흐름을 잘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미래에 벌어질 사건 역시 그 패턴을 따른다는 소위 자연과학적 결정론적인 사고방식은 과학을 넘어 우리의 일상까지 지배해왔다. 예컨대 뉴턴이 발견한 중력의 법칙은 행성운동의 궤도와 주기를 예측할 수 있게 했고 우리가 쓰는 모든 움직이는 것들의 운동도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자연과학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세상을 ‘법칙’이라는 질서에 의해 운행되는 조화로운 세계로 바라보고 있다. 이것이 인류 지성사를 관통하는 주된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경험하는 일상의 세계는 이 질서정연한 세계관이 정말 순진한 것임을 통감하게 한다. 역사는 결코 반복되지 않으며, 사회변화의 과정에서는 전에 경험해보지 않았고 반복되지도 않는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래서 소위 복잡성의 세계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나의 지식을 웹상에 띄워놓으면 그 지식이 어떻게 가지를 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으며 한 정보를 올리면 이 정보가 어떤 모습으로 어디로 갈지, 또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웹상의 정보나 지식은 성냥불 연기나 카페라테에 떠있는 크림처럼 그 움직임이 무질서하여 예측하기 어렵다. ‘월가의 요다’라 불리는 투자전문가 피터 번스타인은 기업들이 겪을 미래상황을 ‘알 수 없는 미래’로 규정짓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들에게 위험성을 경고한다. 게리 해멀이 말하는 혁명의 시대는 부의 생성과 소멸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급속히 일어나는 격변의 시대이며, 변화 양상 자체가 변화하여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다. 미래에서는 기회가 광속으로 왔다가 사라지고 창조적 파괴의 바람이 허리케인으로 바뀌어 굼뜨거나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사막에 굴러다니는 텀블링 트리(tumbling tree)처럼 휩쓸어 버릴 것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 몰아치고 있는 질풍과 노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내부로부터의 혁명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우리 마음의 혁명을 촉발시키고 이끌어 갈 혁명의 이데올로기는 과연 무엇일까? 석학 헨리 민츠버그의 통찰을 소개한다. ‘지금은 예측 기반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따르는 것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전략이란 계속적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어느 시점 계획을 세우고 남은 기간 전략을 수행하는 이분법적 방식은 기업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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