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비틀기의 ‘개념미술’…보는 재미가 ‘쏠쏠하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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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1   |  발행일 2018-07-11 제22면   |  수정 2018-07-11
美 활동 개념미술가 리처드 요쿰
갤러리 분도서 21일까지 전시회
풍부한 시각적 상상력 등‘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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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요쿰 ‘아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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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요쿰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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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은 좀 낯설지만 흥미롭다. 아이디어가 하나의 예술이다. 처음 작품을 봤을 때는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철학적 인식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작가의 작업 과정을 추적해 들어가면 그제야 ‘아~’ 하게 된다.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할 수도 있다.

갤러리 분도에서 개념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리처드 요쿰(Richard Jocum·사진)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타이틀은 ‘Back and Forth(왔다 갔다)’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요쿰은 조각, 미디어아트, 철학을 전공했다. 현재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미술과 미술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작가는 모든 개념미술가들이 그러하듯, 보여지는 시각보다 보이지 않는 개념을 중요하게 여긴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생각도 당연히 많아진다. ‘서베이(Survey)’라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메일 아트(우편 예술)’라고도 불린다. 작가는 미국, 오스트리아, 그리스에서 했던 질문을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던지고 있다. ‘더 이상 악화될 수 없다/ 아직 더 악화될 수 있다/ 다 잘 됐어. 뭐가 문제야’라는 한글이 벽면에 떡하니 적혀 있다. 엽서도 있다. 관객들은 하나를 선택해서 작가에게 보내면 된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대한 질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올 수 있다. 관객들은 어떤 질문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면 된다.

작가는 분도 전시를 위해 대구에 2주간 머물렀다. ‘록 캔디(Rock Candy)’라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한국의 돌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록 캔디는 거대한 ‘돌 사탕’이다. 달콤해 보이는 사탕이지만, 한 꺼풀 벗겨내면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예술은 물론 세상 만사에 적용된다.

작가는 ‘유머’를 바탕에 깔고 있다. 관객들이 좀 더 가볍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작가의 모든 작품이 유머스럽고 엉뚱하다. ‘애시 투 애시(Ash to Ash), 더스트 투 더스트(Dust to Dust), 스톤스 투 스톤스(Stones to Stones)’라는 작품은 영국에서 장례식 때 낭독되는 진혼 시구를 살짝 비틀었다.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돌은 돌로’라는 의미다. 작가는 “유머는 관계 맺기와 소통을 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다. 다른 사람과 감각적으로 연결하는 게 예술이고, 유머는 그 소통의 문을 활짝 열게 한다”고 말했다.

‘밴드에이드’ ‘아틀라스’ ‘크로스워드 프로젝트’ ‘줄다리기(Tug of War)’ 등 재기 넘치는 작품이 전시 중이다. 작가의 시각적 상상력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1일까지. (053)426-5615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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