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스케치] 매매 재미에 기부 보람까지 ‘수성벼룩시장’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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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4 07:33  |  수정 2018-07-14 07:33  |  발행일 2018-07-14 제2면
대구 만촌동 화랑공원서 개장
판매장 텐트 100여개 앞 장사진
오전 10시부터 3시간 행복장터
판매액 30% 자선단체 나눔실천
10월까지 月 2∼3회 순회 운영
[Y스케치] 매매 재미에 기부 보람까지 ‘수성벼룩시장’
최근 대구 수성구 만촌동 화랑공원에서 열린 수성벼룩시장. 이른 아침부터 좋은 물건을 ‘득템’하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수성구청 제공>

“반바지 2천원, 신발 3천원 ~. 많이 사면 팍팍 깎아드려요.”

최근 대구 수성구 만촌동 화랑공원에서 열린 수성벼룩시장. 판매부스로 사용되는 소형 텐트 100여개가 중앙 통로를 사이에 두고 길게 늘어섰다. 텐트 입구에는 순번을 매긴 번호표가 매달려 있고, 판매물품에는 손으로 직접 쓴 가격표가 앙증맞게 붙어 있다. 개장 시각인 오전 10시가 다가오자 좋은 물건을 ‘득템’하려는 인파로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100여 팀의 벼룩시장 판매참가자가 내놓은 품목은 각양각색이었다. 입지 않는 옷가지와 헌 신발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새것이나 다름없는 동화책도 한가득이다. 인형뽑기로 뽑은 인형은 물론 여름철을 겨냥한 휴대용 선풍기, 장난감, 피규어, 학용품, 액세서리 등도 판매품으로 나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골동품상에서나 볼 수 있는 도자기도 간혹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따로 정해진 게 없다. 판매자가 알아서 매긴 가격이 ‘정가’다. 가장 싼 물건은 100원, 비싸야 1만원 안팎이다. 말만 잘하면 ‘공짜 득템’도 가능하다.

판매참가자도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경제관념과 자원순환의 가치를 자녀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가족에서부터 앳된 여중생들이 단체로 참가한 동아리, 취미로 모은 피규어를 팔려고 나온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40대 주부 A씨는 ‘벼룩시장 예찬론자’를 자처했다.

“아이들이 크면서 입지 않는 옷과 신발이 많았는데 버리기에는 아깝고 집에 두자니 짐만 되고 해서 벼룩시장에 자주 나와요. 물건 파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무엇보다 일부 금액을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더 좋아요.”

수성벼룩시장 참가자들은 판매금액의 30%를 자율기부하고, 주최 측은 기부금을 모아 자선단체를 돕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팔아서 좋고, 나눔도 실천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벼룩시장이지만 가격을 깎으려는 손님과 판매자 간 심리전도 사뭇 진지하다.

“이거 손자 선물 주려고 하는데 좀 깎아줘. 5천원에 주면 좋겠구먼….”

1만원짜리 RC카를 만지작거리던 60대 할아버지가 판매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반값 에누리를 요구해 보지만 주인은 손사래친다.

“아무리 중고지만 그 가격에는 안 돼요, 할아버지.”

흥정은 그 뒤로도 한참 이어졌고, 할아버지의 ‘집요한 공세’에 판매자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벼룩시장은 무리한 에누리에도 얼굴 붉힐 일이 없다. ‘돈이 이것밖에 없다’며 무조건 달라고 해도, 말도 안 되는 할인요구도 모두가 애교로 받아들인다. 또 다른 판매 텐트에서는 한 아주머니가 헌옷을 대량 구매 중이었다. 이른 시간에 ‘횡재’한 판매자는 제값보다 20%나 깎아주며 ‘이 많은 옷을 어디다 쓸 거냐’고 묻는다.

“자원봉사하러 다니는 보육원이 있는데 갖다주려고….”

아주머니의 말에 판매자는 ‘좋은 일 한다’며 덤으로 몇 벌을 더 챙겨준다. 흥정과 정이 넘치던 벼룩시장은 어느새 파장을 향해 달려갔다. 주어진 세 시간이 후딱 지나간 것.

“떨이요! 떨이! 3천원짜리 인형 단돈 1천원, 동화책 두 권에 500원.”

파장 시각인 오후 1시가 다가오자 곳곳에서 ‘떨이’를 외치기 시작했다. 특히 엄마·아빠와 함께 나온 ‘꼬마 사장님’들의 장사 수완은 보통이 아니었다. 웬만한 전문 상인 뺨치는 수준에 손님들도 놀라며 웃는다.

수성벼룩시장은 오늘(14일) 오전 10시~오후 1시 만촌동 화랑공원에서 세 번째 행사를 연다. 오는 10월까지 매월 2~3회 만촌동 화랑공원, 매호동 누리공원, 두산동 수성못 남측 산책로에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혹서기인 8월에는 휴장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 또는 단체는 대구수성시니어클럽(www.dss6080.com)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밖에 달서구청이 개최하는 달서나눔장터도 10월까지 매월 둘째주 토요일 용산역과 송현역 등에서 5차례 운영된다. 달서지역자활센터와 월성종합사회복지관에 전화로 신청하면 참가할 수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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