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 최강 가성비…車 내수시장 ‘메이드 인 차이나’ 돌풍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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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4 08:03  |  수정 2018-07-14 09:16  |  발행일 2018-07-1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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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CK모터스는 동풍 경상용차의 주 소비자가 소상공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량 가격과 연비가 낮고 환경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신원CK모터스 제공>

한국에서 ‘중국차’는 ‘짝퉁차’라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산(made in china)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때문이다. 중국의 기술이나 디자인 수준을 한 수 아래로 보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이제는 다르다. 중국 현지 자동차회사들의 기술 수준은 놀랍게 성장했다.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엔지니어들이 대거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자동차 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국내에서도 중국산 자동차들이 일으키고 있는 돌풍이 심상치 않다. 국내시장 진입 초반에는 주로 저가 상용차 판매에 국한됐지만,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여가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친환경차인 전기차까지 빠르게 판로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車 제휴로 기술력 급성장
中 동풍자동차그룹 경상용차
출시 한달여 만에 300대 완판
내년 중·대형 트럭 출시 계획
국산보다 최소 20∼30% 저렴
안전·편의장치까지 기본장착
휘발유 엔진 연비는 경유차급
국내 100곳 넘는 AS망도 갖춰


◆‘소상공인의 발’이 될 중국 경상용차

최근 중국에서 수입된 자동차가 국내에서 출시된 지 한 달여 만에 완판됐다.

중국차 전문수입업체 신원CK모터스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중국 동풍소콘(DFSK) 경상용차 초도물량 300대가 다 팔렸다. 이에 따라 업체는 이달 초 300대 추가 물량을 동풍소콘 측에 주문했다. 중국차를 찾는 추세가 이어지고 중국차에 대한 편견이 깨지면 올해 판매량이 목표인 1천500대를 가뿐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신원CK모터스는 설명했다.

DFSK는 동풍(東風)자동차그룹의 수출을 맡은 계열사다. 동풍자동차그룹은 중국의 완성차 5대 브랜드 중 하나며, 경상용차로 따지면 판매량 1위에 꼽힌다.

중국차의 국내 진출은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중국차 전체 판매량은 2천200여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중국차 한곳의 국내 누적판매량이 1천대를 넘어섰다. 또 지난해 상반기 중국에서 수입된 자동차(승용·승합·트럭·특장)는 총 1천910대로 전년 동기(1천253대) 대비 52.4% 늘었다.

과거 중국차는 기술력이나 국내 애프터서비스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국산차에 비견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차의 주요 수출지역은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국과 저개발국 중심이다. 또 업계에선 중형 이하 내연기관차의 경우 중국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보다 최소 6~7년 뒤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중국차의 기술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산업연구원은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산업 기술 경쟁력은 2016년 한국의 90%, 2021년 이후에는 95% 수준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품질 경쟁력은 이보다 떨어진 한국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역시 2021년 이후에는 90%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특히 대중 전기차 부문에서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프터서비스 정비망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 신원CK모터스는 전국 110여개의 정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평택 대형 물류센터를 통해 부품 교환을 할 수 있고, 동풍차에서 동일한 증상의 문제가 3회 이어지면 이곳을 통해 신차로 교체할 수 있다.

정희재 신원CK모터스 경북·울산 총판매점 영업관리팀 과장(32)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차가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지금은 국산차 못지않은 기술력에 안전·편의사양을 갖추고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감탄이 늘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에 대해 중국 기술력을 국내보다 한 단계 낮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동풍자동차는 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유럽 디자이너와 기술자들을 대거 영입해 품질의 수준을 높여왔다. 합작회사는 혼다, 닛산, 르노, 시트로엥, 기아차 등 5곳으로 기술 제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성비 높고 다양한 혜택 주어져

중국차의 장점은 가성비다. 자동차 부품도 해외 유명 업체 제품들이 탑재돼 있다. 자동차의 엔진과 자동변속기, ABS의 상태를 컴퓨터로 관리하는 전자제어 장치(ECU)는 델파이사의 제품을, 클러치 시스템은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ZF 제품, 전자식 브레이크는 보쉬 제품을 쓴다. 하지만 가격은 동급 국산차나 수입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신원CK모터스에서 판매하는 동풍소콘 경상용차 4대의 라인업 가격은 싱글캡 0.9t 트럭 C31 1천250만원, 더블캡 0.8t 트럭 C32 1천350만원, 2인승 0.7t 밴 C35 S2 1천490만원, 5인승 0.5t 밴 C35 S5 1천560만원, 슈퍼캡 0.7t 미니트럭 K01 1천110만원 등이다.

이 가운데 국산 트럭 포터와 라보의 중간급인 K01(0.8t)의 가격은 국산 소형트럭 포터(1천520만~2천61만원)보다 최소 400만원 이상 저렴하다. 0.9t 트럭 C31과 4인승 트럭 C32, 화물밴 C35 역시 동급 국산차보다 최소 20~30% 싼 편이다.

저렴한 가격에도 경쟁 차량에선 찾기 어려운 안전장치와 편의장치를 기본 장착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듀얼 에어백, 차체 제어장치,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구동력 제어시스템 등의 안전기능과 무선 도어 리모컨 키, 후방주차 보조시스템,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등이다.

이처럼 가성비가 뛰어난 이유는 거대 자본 덕분이다. 중국의 연간 신차 판매량은 3천만대로 미국(2천여만대)보다 훨씬 높다. 부품 매입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품값이 저렴한 것. 정 과장은 “중국의 연간 신차 판매량은 한국(200만대)과 비교할 수준이 못 된다. 이 때문에 국산차와 부품 수급 가격에 큰 차이가 난다. 또 저렴한 인건비와 국가 차원의 산업 지원이 차량의 가격이 낮은 또 다른 요인”이라고 말했다.

연료가 경유(디젤)가 아니라 휘발유(가솔린)라는 것도 장점이다. 약 10년 전만 해도 경유차는 연비도 높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친환경차로 여겨졌다. 때문에 한때 정부에서는 경유차 생산확대와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유가 보조금까지 지급했다. 하지만 2015년 말~2016년 초 사이 이른바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미세먼지 배출 주범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이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경유 가격이 오르고 운행 규제도 추진되자 경유차는 위기를 맞았다.

동풍차의 경상용차는 휘발유 엔진으로, 타사 경유차와 연비 차이가 크지 않다. 연료탱크 60ℓ, 복합연비 9.6㎞의 경유차가 ℓ당 1천358원(2018년 5월27일 기준)으로 경유를 가득 넣으면 주유금액은 8만1천480원이 나온다. 동풍차 C31(연료탱크 55ℓ, 신복합연비 10㎞)의 경우 ℓ당 1천555원(2018년 5월27일 기준)으로 휘발유를 가득 넣으면 주유금액은 8만5천525원이다. 4천45원 차이다. 연간 운행거리를 2만㎞로 가정하면 가격차이는 25만1천544원이다. 경유차 소유주가 연간 납부하는 환경개선 부담금과 경유차 정비비용까지 고려하면 연비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또 동풍차는 엔진을 휘발유와 LPG 겸용으로 구조변경할 수 있다. 구조변경시 연비는 두배 정도 좋아진다.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 기존 노후 경유차나 경쟁차의 소유주가 동풍차를 구매하면 3~5% 할인율이 붙고, 엔진을 휘발유와 LPG 겸용으로 구조변경하면 179만원의 비용에서 최대 60만원이 할인된다.

신원CK모터스는 내년 초 전기차 가운데 가장 진보된 기술력이 적용된 16인승 중형 전기버스와 0.5t 전기밴, 1t 전기트럭, 중형트럭, 대형트럭, 대형버스 등을 국내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유럽 디자이너와 기술자를 영입해 꾸준히 품질을 끌어올리는 등 10년 이상 공들인 ‘SUV 글로리580 가솔린 모델’도 곧 출시한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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