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학생부의 법칙 .5] 경명여고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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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6 07:44  |  수정 2018-07-16 09:01  |  발행일 2018-07-16 제15면
수시도 백문이 불여일견…희망대 가보고 졸업생 만나라
예비 2·3년생을 위한 대학생 선배들의 ‘학습코칭 캠프’
학습노하우·슬럼프 극복법·집단면접 등 알짜정보 공유
교내 비교과 총괄 ‘미래핵심역량개발부’ 수시 주춧돌 役
졸업생들 주축돼 만든 학생부 자료집 등 실전급 경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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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이 자신이 탐방한 대학에 대해 친구들에게 발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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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명여고 졸업생들이 모교를 찾아 후배를 대상으로 모의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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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명여고 학생들이 서울교대 탐방 후 직접 제작한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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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명여고 졸업생들이 후배들에게 학습 노하우 등을 설명하고 있다.

“잘 하는 학교라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리 경명은 지금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만난 박헌석 대구 경명여고 교장이 목에 핏대를 세울 정도로 열변을 토했다. 그는 북구 칠성시장 인근에 위치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교라는 오명에 대해 “특목고다 자사고다 많이 얘기하지만, 우리 학교가 국내 일반고의 열악한 현실을 그대로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일반고가 지금 쉽지 않다. 경명보다 훨씬 우수한 학교를 당장 따라잡을 순 없지만, 경명 학생들은 무엇보다 착하고 교사들의 말을 잘 듣는다. 우리는 일반고의 힘을 보여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교장, 교감을 비롯해 진학부장, 학생부장 등 교사 5명이 경명여고의 학생부 관리 시스템을 안내했다.

◆언니들이 돌아왔다…입시 노하우 전수, 모의 면접관 역할도

지난 2월 희망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 수십여명이 한꺼번에 학교를 찾았다. 경명의 자랑거리 ‘학습코칭 캠프’에서 멘토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대학생 선배 ‘언니들’이 예비 고2·3학년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고득점 학습 노하우, 수험생활 슬럼프 극복법, 대학 면접 때 쫄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는 방법 등 생생한 정보를 전달했다. 이들은 현재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대구교대, 경북대 등에 재학중이다.

김군식 경명여고 진학부장은 “입시를 막 끝낸 졸업생들이 모교 후배에게 자신들이 겪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만큼 학생들에겐 가장 믿을 만하고 가장 정확한 정보가 된다”고 평했다.

올해 학습코칭 캠프에 참여한 정예은양(3학년)은 “고3을 앞두고 학생부 관리 계획을 어떻게 짜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었는데, 희망 대학인 교대에 합격한 선배 이야기를 듣고 입시 계획을 잡았다”고 했다.

이어 “선배들이 자신의 수험생활 중 잘한 점과 후회되는 점을 솔직하게 말해줬는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3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나도 내년엔 선배들처럼 학교를 찾아 후배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희망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또 정양은 지난 캠프 때 교대에서 실시하는 ‘집단면접’을 선배들의 도움으로 처음 경험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선배들이 면접관을 자처했고, 친구들 6명이 조를 짜 실제 집단면접처럼 해본 것.

◆‘비교과 프로그램’ 컨트롤타워 운영 첫 시도

경명여고는 교내 학생부 관련 프로그램의 컨트롤타워인 ‘미래핵심역량개발부’를 신설했다. 과거 여러 부서에서 나눠 진행하던 각종 대회, 토론, 독서파티 등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한데 모아 운영하는 부서다. 전보다 체계적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게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 확보한 예산만 1억5천만원(대구시교육청 8천500만원, 북구청 6천만원)으로 대구 일반고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교사들이 치열하게 공모에 참여해 따냈다.

눈에 띄는 프로그램으로는 관심 대학 탐방 후 발표를 하는 ‘아카데미 Searching, 커리어 Searching’, 학생들이 독서 동아리를 구성(50개)해 한 학기 책 한 권을 읽고 토론하는 ‘인문학 독서 파티’ 등이 있다. 또 학생부종합전형 대비를 위한 자료집(‘선배가 들려주는 귓속말’)을 발간하고, 학부모와 함께하는 진로진학상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합격한 윤예진 졸업생의 학생부, 자기주도학습 빛나

2018학년도 서울대 인문광역(지역균형)에 합격한 윤예진양의 학생부는 사교육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윤양을 3년동안 가르친 문동국 교사(일반사회)는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수업 집중력이 매우 뛰어난 학생이었다.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한 만큼 학생부 기재 내용도 (다른 사람이) 베낄 수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윤양의 학생부 일부를 살펴봤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중 ‘법과 정치’ 항목에서 문 교사는 윤양의 수업 시간 발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해놨다.‘19대 대선 후보자들의 교육 관련 정책들을 비교하며 발표함. (…중략) 5월9일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 당시까지 공약 이행률을 제시하며 포퓰리즘적 공약에 무작정 박수를 보내기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지켜보며 정부를 견제하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함. 급우들에게 국민 감시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함. 또 대통령 후보들을 패러디한 영상을 보여줌. 대중에게 웃음을 주고 여러 정치 세태를 풍자하고 꼬집어내는 등 언론의 자유가 늘었다는 내용을 보여주면서 패러디도 국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상승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함…’

문 교사는 “수행평가로 5분 스피치를 했는데 학생의 문제의식과 언변능력 등 잠재력이 고스란히 드러나 전공탐색의 기회가 됐다. 수업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케이스”라고 호평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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