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제이블랙까지 <2>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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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7 08:16  |  수정 2018-10-01 15:44  |  발행일 2018-07-17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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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댄스팀 아트지 멤버>

1990년대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힙합음악과 춤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만화책·비디오 등과 같은 매체로도 등장했다. 1997년 스트리트 댄스를 추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책 ‘힙합’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만화책 부록에는 독자들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킬 만한 몇몇 스트리트 댄스 동작에 대한 설명과 구사하는 방법이 나와 있었다. 그래서인지 실제 이 당시 댄서들 중 이 책을 통해 처음 춤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분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비보이 크루 ‘진조크루’의 수장인 스킴(Skim)과 윙(Wing) 역시 이 만화를 통해 처음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하니 만화책 ‘힙합’은 한국 스트리트 댄스 역사에서 단순한 만화책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작품임이 틀림없다.

스트리트 댄스 열풍과 동시에 전문 댄스팀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손꼽히던 전문 댄스팀으로는 ‘피플크루’ ‘고릴라 크루’ ‘익스프레션’ ‘티아이피’ ‘엔와이 크루’ 등이 있으며 이들은 스트리트 댄스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공연물을 만들고자 했다. 가수 뒤에서 춤을 추는 백업댄서의 한계를 탈피하고 댄스팀만으로 독자성을 갖고자 했으며 점차 스트리트 댄스라는 장르에 전문성을 띄우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한국 스트리트 댄스는 급속 성장했다. 한국의 스트리트 댄서들은 비디오나 TV를 통해 보던 외국 댄서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춤과 역사를 배우고 댄스대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시도와 노력으로 커뮤니티를 넓혀갔다. 그리하여 비디오나 TV 심지어 만화를 통해 배우던 춤은 점차 예술성과 전문성을 더해갔다.

한국의 흥과 악바리 정신이 통한 걸까. 곧이어 한국의 스트리트 댄서들의 실력은 아시아를 넘어 곧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02년 비보이 크루 익스프레션이 ‘배틀오브더이어(Battle of the year)’라는 세계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많은 한국 스트리트 댄서들이 각종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고 활약했다. 전 세계가 스트리트 댄스의 본거지인 미국과 멀고 먼 동양의 작은 나라의 춤에 주목했다.

잇단 세계대회 우승은 국내 여론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불량 청소년 취급을 받던 스트리트 댄서들에게 국가대표, 한국의 자랑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TV광고 등에서 다양한 러브콜이 쇄도했으며, 스트리트 댄스로 구성된 공연물들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역시 이 당시 제작 공연물 중 하나다. 또 2005년 국정홍보처는 한복·드라마·반도체 등과 더불어 세계 각국에 한국을 홍보할 프로모션으로 비보이를 선정하는 등 대폭적인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영상매체를 통해 들어온 외래문화가 약 20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한국을 알리는 대표문화 중 하나로 발전했으니 정말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박혜진 <댄스팀 아트지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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