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재정립’ 대수술 기대감…당내 인적청산은 미지수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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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8   |  발행일 2018-07-18 제3면   |  수정 2018-07-18
■ 김병준 혁신작업 성공할까
비대위원장 권한·임기 미합의
쇄신 힘 실어줄 대권주자 없어
‘김종인 사례’ 재현 구조적 한계

17일 자유한국당 전국위원회에서 혁신비대위원장으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의결됨에 따라 과거 더불어민주당을 회생시킨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의 성공사례를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은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의 ‘미션’ 성공 가능성을 높이지만, 두 사람의 차이점은 성공적인 결과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과 김 전 대표는 공통적으로 상대 진영 수장의 브레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국민 시선을 끌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사 역할을 했다. 김 전 대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가정교사로 통했던 이력을 안고 2016년 1월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존 정당을 상대로 대수술에 나설 집도의를 상대 진영에서 구해왔기 때문에 국민들이 ‘뭘 어떻게 할 것인지 지켜보자’며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고질적인 계파정치와 구태에 얽매이지 않고 파격적인 각도에서 수술칼을 휘두를 것이란 기대를 어느 정도 갖게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두 인사 간의 엄연한 차이점은 김 비대위원장의 앞날에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김 전 대표의 경우 당내 개혁작업 도중 친노(親노무현) 인사들로부터 강한 저항이 발생했을 때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김 전 대표를 비호하며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김 전 대표를 흔들었던 반발 움직임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김 전 대표는 일부 친노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함으로써 인적청산 작업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반면, 김 비대위원장에게는 문재인 전 대표의 역할을 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구조적인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당 내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문제점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비대위원장 권한과 임기에 대한 당내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당내 저항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21대 총선이 멀다는 점도 김 비대위원장에게는 악재로 꼽히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활용해 인적청산에 나설 수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그럴 만한 수단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김 비대위원장은 일단 자신이 공언한 대로 ‘보수 가치 재정립’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적 쇄신 없이 당 쇄신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한 평론가는 “사람의 사고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상식 때문에 사람 자체를 바꾸지 않고 보수가치 재정립만으로 제1야당이 달라졌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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