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사로잡힌 일상…‘디지털 다이어트’ 시작하라!

  • 손선우
  • |
  • 입력 2018-07-19 07:34  |  수정 2018-07-19 10:11  |  발행일 2018-07-19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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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 중간중간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는지 확인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쓸데없이 클릭한다. 출퇴근길에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지인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스팅을 차례로 살펴본다.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잠에서 깨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찾는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 일상이다. 스마트폰은 강력한 성능과 쉬운 사용법을 갖췄지만, 동시에 사용자가 가장 이해하지 못한 채 깊이 의존하고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디지털기기 과의존의 위험성을 알아봤다.

스마트폰 과의존 증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조사
성인 17.4% 작년대비 3.9%p↑
중독 위험성 높은 유·아동층
언어 지체·집중력 저하 가능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부모 먼저 의존서 벗어나야
앱 점검 후 불필요하면 삭제
시간 정해 스마트폰 사용 등
원칙 세워 주도적으로 써야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집중력 저하, 언어 지체 등의 문제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과의존 위험군은 2015년 16.2%, 2016년 17.8%, 지난해 18.6%로 꾸준히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성인이 2015년 13.5%에서 지난해 17.4%로 3.9%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유아·아동은 12.4%에서 19.1%로 6.7%포인트 늘었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11.7%에서 12.9%로 늘었고 청소년층만 유일하게 31.6%에서 30.3%로 줄었다.

이 중 위험성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유아·아동이다. 스마트폰이나 TV에 일찍 노출되고 스크린을 보는 시간이 많은 아동일수록 언어 지체·집중력 저하·공격적 성향·수면 문제 등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소아학회는 이미 1970년대 후반부터 “24개월 미만 유아는 과도한 영상 노출을 피해야 한다”면서 “비디오 시청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에게 디지털기기는 요긴한 육아 도우미다. 가사와 육아를 동시에 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 관심을 돌려 다른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해주기 때문이다. 영어 조기교육 광풍이 불면서 영상을 활용한 홈스쿨링이 증가한 것도 디지털기기 의존도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스마트폰 의존에 따른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최근 스마트폰과 컴퓨터·TV 등을 멀리 하는 ‘디지털 단식’에 돌입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상기기를 배제한 적절한 육아 방식을 터득하고 아동의 통제력을 길러주려면 디지털 단식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모방 성향이 강하고 절제력이 부족한 아동의 특성을 감안, 부모가 먼저 디지털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성인과 고령층도 과의존 위험성이 높아

스마트폰 의존에 따른 위험은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실버 서퍼’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고령층에서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늘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2016년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 스마트폰 이용자 중 사용시간 조절의 어려움을 비롯해 심리·신체 및 대인관계 측면에서의 부작용을 경험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11.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기의 스마트폰 의존이 위험한 것은 과의존의 상태에서 자신의 증상을 인지하고 개선 노력을 기울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노년기는 인지, 정신적 기능 감퇴 등 신체·생리적 변화와 함께 사회·경제적으로도 새로운 상황과 환경 적응을 필요로 하는 시기다. 일상에서의 대응능력이 저하되고 새롭게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불안감과 고립감으로 인해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목적 없이 스마트폰을 계속 확인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의 대화를 기피하고,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등 지장이 생기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SNS 계정에 올라온 멋지고 화려한 삶의 일면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쉽게 느낀다.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 번에 잘됐으면 좋겠다는 ‘한탕주의’에 빠지는 이가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디지털기기에 종속되지 말고 주도적 삶 찾아야

스마트폰 과의존에서 벗어나려면 적절한 디지털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먼저 스마트폰 의존도를 진단해봐야 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www.iapc.or.kr)에는 스마트폰 과의존 자가진단이 가능하다. 과의존 자가진단 항목에는 인터넷·온라인게임·스마트폰 등 세 종류가 있고, 각각 유아·아동, 청소년, 성인 등 연령대별로도 점검할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 사례가 늘면서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 진단지가 새로 나왔다. 문항은 10가지로 대답에 따라 각각 1~4점이 부여되는데, 표시한 답변 점수를 합산해 결과표를 보면 된다.

이후 나름의 원칙을 세워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야 한다. 목표를 크게 잡지 말고 조그만 실천 사항을 정한 뒤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 가장 먼저 본인이 사용하는 콘텐츠나 앱을 점검한 뒤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삭제하고, 알림이나 푸시는 ‘off’로 설정해두는 게 좋다. 하루에 한 시간을 특정해 사용하며, 대중교통 이용 시간이나 식사 시간에는 아예 이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신이 이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마음 상태를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우울·분노·부정적 감정이 느껴진다면 스마트폰에서 벗어날 것을 권한다.

우리 사회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수용해 온 ‘얼리 어답터’지만, 신기술이 가져온 사고방식과 감정적 소통의 변화 등 인간관계 전반에 기술이 끼친 변화를 성찰적으로 접근하는 데에는 그간 많이 소홀했다. 사용자 대부분은 기술이 지닌 장점과 편익에만 주목하고 의존할 뿐 새로운 기술 사용이 중장기적으로 끼칠 다양한 영향까지 생각하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 그 사이 디지털기기에 대한 사용자 의존도는 깊어지는 반면 기술이 지닌 위험성에 관한 정보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소셜 시대를 살아가는 10가지 생존법칙을 담은 책자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를 쓴 미국의 미디어비평가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디지털 기술에 열광하는데 그쳐서는 안 되며 제대로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더 많은 사람이 디지털 기술의 설계에 관여할수록 기기는 더욱 인간적 행태를 반영하는 쪽으로 진화한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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