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후반기 ‘한박자 빠른 불펜 투입’ 藥일까 毒일까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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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9   |  발행일 2018-07-19 제26면   |  수정 2018-07-19
선발투수 흔들릴 땐 바로 교체
총력전·장기전으로 피로 누적
선수층 얇은 삼성엔 치명적 약점

“불펜을 좀 더 빨리 투입해서 승부를 보겠다.”

지난 17일 열린 KBO리그 후반기 첫 경기 KIA전을 앞두고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원정팀 덕아웃에서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이 던진 말이다. 후반기 50여 경기가 남은 시점부터 삼성 라이온즈는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주전략 삼아 마운드를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김 감독은 선발투수에게 최대한 많은 이닝을 맡겼다. 외국인 투수 영입 단계부터 영입 조건에 ‘이닝 이터’(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투수)와 ‘마이너리거라도 선발 출신’을 명시해 뒀다. 선발투수가 잘 던져준 날에는 불펜 소모가 적은 만큼 득을 보기도 했지만, 믿고 더 던지게 했다가 독이 된 경우도 있었다. 삼성이 가을야구행 막차라도 타기 위해서는 경기마다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선발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곧바로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전략을 밝힌 날, 선발 보니야가 6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곧바로 마운드에서 내리고, 최충연을 필두로 한 불펜진을 가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믿었던 불펜조가 무너지면서 결국 역전패했지만, 앞으로 일정을 생각한다면 김 감독의 전략은 충분히 해볼 만한 승부수다. KBO리그가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오는 8월16일부터 9월3일까지 휴식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삼성은 다음 달 15일 대구 넥센전까지 23게임을 총력전으로 치러도 손해볼 것이 없다. 보름여간 주어지는 휴식 기간에 충분히 쉬고, 남은 20여 경기에서 다시 총력전에 뛰어들어도 선수들이 과부하에 걸리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김 감독뿐만 아니라 나머지 9개 구단 감독들의 전략도 비슷할 것이라는 점이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염두에 두고 8월 중순까지 총력전을 다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는 모든 경기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경기시간이 길어지면 선수들의 피로도가 투타할 것 없이 전체적으로 증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마치 ‘치킨 게임’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수층이 얇은 삼성에게 이 같은 치킨게임은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아시안게임의 여파가 후반기 순위싸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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