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선장 바뀐 중구를 주목하는 이유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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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9   |  발행일 2018-07-19 제31면   |  수정 2018-07-19
[영남타워] 선장 바뀐 중구를 주목하는 이유
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문화재 근처에 살면 재수가 없다’고 한다. 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되고 사유재산권 침해를 받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주민 간 갈등으로 치닫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일부 바뀐 곳이 있다. 대구 중구다.

대구 중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도시재생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다. 지금은 퇴임한 윤순영 전 중구청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당시는 도시재생이나 공공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뿌리내리지 않았던 시절이다. 윤 전 구청장의 소신과 신념은 확고했다. 무분별하게 부수고 새것을 짓지 않았다. 대신 문화재가 있는 골목을 중심으로 옛것의 가치를 재발견해 이 시대에 맞게 재창조했다. 골목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습관을 만들고 관습을 형성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곳이 골목이었다. 한 시대를 증명하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다. 그러한 골목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에 이야기를 입혀 ‘상품’으로 내놓았다. ‘1천개의 골목에 1천개의 스토리’를 입히자는 취지로 근대문화골목 사업을 추진했다.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죽어가던 도심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인적이 끊긴 골목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주변 상가의 경기도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난해 200만명이 다녀갔다. 10여 년 전만 해도 대구 도심이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전국구 명소로 거듭났다. 동시에 도시재생은 중구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문화재 근처에 살면 재수가 없다’는 주민들의 인식도 크게 변했다. 이제는 ‘우리 동네에 이런 문화재가 있는데 활용할 수 없겠냐’며 오히려 제안을 한다고 한다. 주민 스스로 도시재생의 성공 가능성을 인지했다는 뜻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아닌 도시재생을 통해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현실화된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도시재생은 가장 주목받는 화두가 됐다. 정부는 올 초 ‘도시재생 뉴딜사업 로드맵’을 발표했다. 5년간 50조원을 투입해 도시재생 혁신거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이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쇠퇴일로의 지방도시를 살리겠다는 의지다. 그 방법론이 개발이 아니라 재생이다. 기실 재개발·재건축 등 고도성장 시대의 부동산 개발 방식은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이 도시재생이고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관건은 50조원의 도시재생 예산을 어느 지자체가 얼마나 많이 가져오느냐다. 국비 확보는 지역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진 셈이다. 특히 단체장의 정책 방향과 마인드가 중요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중구의 ‘선장’이 바뀌었다. 윤 전 구청장이 3선 연임 제한으로 퇴임한 후 류규하 중구청장이 구정을 책임지게 됐다. 취임 초기지만 류 구청장이 도시재생 사업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관심이다. 혹여 전임 구청장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흔적 지우기’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다행인 것은 류 구청장이 ‘도시재생’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재개발·재건축’도 역점사업으로 내놓았다. ‘재생’과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보존이 필요한 곳은 도시재생을, 정비가 필요한 노후 주거지역은 과감하게 재개발·재건축을 시행해 인프라를 보완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재생과 개발,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다. 류 구청장이 심사숙고하겠지만 중구의 경우 재생에 더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문화재 근처에 살면 재수가 없다’던 주민들도 이제 ‘도시재생을 통해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에서도 개발보다는 재생에 역점을 두고 있어 더욱 그렇다. 도시재생의 성공 노하우가 있는 중구로서는 호기인 셈이다. 선장이 바뀐 중구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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