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긍정적인 조카였는데…” 故 박재우 상병 휴가 하루 전 변고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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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0 07:40  |  수정 2018-07-20 09:55  |  발행일 2018-07-20 제7면
■ 포항 헬기 추락 사고
“가족 모두 기다리고 있었는데
타서는 안될 헬기 사람 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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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재우 상병의 유족인 삼촌·고모·외삼촌(왼쪽부터)이 슬픔에 잠긴 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상병의 고모인 박모씨가 눈물에 젖은 얼굴을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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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해병대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고(故) 박재우 상병<사진>이 그리운 가족과의 만남을 불과 하루 앞두고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박 상병은 지난 17일 해병대 1사단 항공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호기의 시험비행에 탑승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서울 출신인 박 상병은 18일 휴가를 앞두고 있었다. 하루만 지나면 아들이자 조카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그의 가족들은 영원히 그를 볼 수 없게 됐다. 이들은 20세의 젊디젊은 나이에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미래의 꿈도 펼치지 못하고 숨진 박 상병 생각에 끼니도 거른 채 불볕더위 속에서 철저한 사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19일 해병대1사단 정면에서 박 상병의 삼촌 박영진씨를 비롯해 고모 박모씨(47)·외삼촌 김모씨(46)를 만났다. 고모 박씨는 “재우는 매사 밝고 긍정적인 조카였다. 학창시절엔 운동도 꽤 잘했다. 스스로 모든 일을 알아서 척척 해내는 아이였다”고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사고 다음날인 18일은 재우가 휴가를 나오는 날이었다. 가족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같은 일을 당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고 울먹였다.

유족은 “지난달 조카가 부대에 온 아버지에게 마린온 헬기를 가리키며 ‘너무 덜덜거려 타지 않아요’라고 말했다"며 “그런데도 군은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성능도 우수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추락한 마린온 2호기는 평소에도 사고 위험성이 컸다"며 “타서는 안 되는 헬기에 사람을 태워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삼촌 박영진씨는 박 상병의 죽음을 누구보다 더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사고 직후, 현장 근접 사진을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한편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포항 해병대 헬기 사고 유족을 두 번 죽이면 안됩니다’라는 글을 올리는 등 사고 실체 규명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재우는 성균관대 스포츠 경영학과에 재학하다가 군대에 입대했다. 잘생기고 모자람이 없는 조카였다”면서 “방학 땐 아버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성실했다. 군대에서 받은 월급도 모두 모았다. 한 푼도 안 쓴 통장 잔액을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제대 6개월을 앞둔 재우를 이젠 영원히 볼 수 없게 돼 억장이 무너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글·사진=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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