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성평등 꼴찌 탈출을 위한 정책 방향

  • 허석윤
  • |
  • 입력 2018-07-20   |  발행일 2018-07-20 제22면   |  수정 2018-10-01
한국 성평등 118위 ‘하위권’
경북은 이런 한국에서 꼴찌
남녀 同數 위원회 등 갖추고
빅데이터도 활용 개선 필요
여성위해 다양한 정책 펴야
20180720
박한우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성평등 정책을 진단하고 비전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소장은 2017년 세계 성별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이 144개국에서 118위를 했다고 밝혔다. 다른 기관에서 실시한 성별 불평등 국제현황과 유리천장 글로벌 순위에서도 한국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경북은 한국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자체다. 여성가족부가 1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성평등 지수에서 경북은 꼴찌다. 6·13 지방선거에서도 경북의 여성 당선자 비율은 다른 지역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경북의 성평등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데이터 기반으로 성 불평등 현실을 탐지하고 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증거 기반의 과학 행정을 구현해야 한다. 중앙 정부와 국제 기구 모두 성평등 평가에서 계량 데이터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당장 경북의 보조금 사업에서 여성 인권과 조직화를 평가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 캐나다는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의 15%를 성 불평등 구조 전환을 위한 목적에 사용하도록 지정하고 있다. 경북도 각종 위원회가 남녀 동수로 구성되도록 강제해야 한다. 성평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남녀 동수법’을 제정했다. 2006년 칠레에서 남녀 동수 내각이 최초로 탄생했으며, 스웨덴 내각은 여성이 56.5%를 차지해 페미니스트 정부로 불리기도 했다. 위원회와 달리 세미나와 포럼 등 행사는 사람들에게 공개된 이벤트다. 따라서 도청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남녀 동수로 발표자와 토론자를 구성하면, 성 불평등을 감소하겠다는 노력을 알릴 수 있다.

전통적 방법에서 벗어나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여성이 많이 찾는 공공 기관과 민간 시설의 소재를 파악하여, 그 건물이 성폭력이나 재난안전 취약 지역에 위치하는지 그 상관성을 조사해야 한다. 워킹맘을 대상으로 직장과 어린이집의 거리를 조사하여 도시 계획에 반영하는 것도 좋은 시도다. 여성 운전자의 경로를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어서 주차장과 가로등의 조명 밝기를 맞춤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산은 대학 밀집도가 높은 지자체다. 그렇지만 여대생을 위한 성평등 정책은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를 겨냥한 성 주류화의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는 공공 정책의 입법과 추진 과정 등에 있어서 성 평등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예컨대 아르바이트 등에서 남녀 임금 격차의 발생 여부와 업종별 현황을 조사하여 앱을 개발하고 배포하자. 경북은 특유의 억양과 사투리 때문에 다른 지역의 사람으로부터 항상 화를 내고 있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가부장적 문화로 여성 비하 단어들도 꽤 있다. 주장이 분명한 여자에 대해 여우를 빗대어 ‘불여시’라고 폄훼한다. 대학 게시판에서 여성 비하와 혐오 표현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 인지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어권에서도 3인칭 대명사인 ‘he’ 혹은 ‘she’가 여성 차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자신의 도시락을 반드시 갖고 와야 한다(Everybody should bring his lunch)’는 표현에서 ‘everybody’를 ‘he’로 지칭하는 것이 여성 차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옥스퍼드 사전은 단수형 중성 대명사 ‘they’를 사용하도록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가별 성평등 수준과 언론 자유도가 상관성이 높다고 한다. 이것은 성 불평등의 구조 개선이 몇몇 정책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성평등 문제는 개인적 이슈와 공적 영역에 걸쳐 있는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경제포럼은 118년이 지나야 남녀 임금 격차가 사라진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현실을 감안해도 경북의 성평등 꼴찌는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 이철우 도지사가 관행을 탈피하고 빅데이터 정책으로 혁신적 변화를 시도할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박한우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