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인크레더블 2·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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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0   |  발행일 2018-07-20 제42면   |  수정 2018-10-01

인크레더블 2
세상을 구하는 것만큼 힘든 영웅의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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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연말에 개봉했던 ‘인크레더블’(감독 브래드 버드)은 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연 작품이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을 비롯한 초능력 가족들의 활약상도 유쾌했고, 당시의 애니메이션 기술이 망라된 현란한 이미지들도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주인공이 슈퍼 히어로와 평범한 시민의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모습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의 교훈적 메시지를 넘어 성인들 또한 성찰해 볼 만한 주제들을 남기기도 했다. 아이디어, 캐릭터, 속도감 등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리고 2018년, 강산이 변하는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인크레더블 2’(감독 브래드 버드)가 다시 30~40대 관객들의 추억을 소환하며 여름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영웅 가족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일 것인가?


14년만에 여름극장으로 돌아온 슈퍼히어로 가족
오만가지 초능력 새로운 캐릭터 잭잭 매력 발산


변수는 지난 10년간 관객들이 마블과 D.C 코믹스의 영웅물을 끊임없이 소비해왔다는 것이다. 근 몇 년간 신들린 듯 내놓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뒀던 마블의 경우 올해만 해도 ‘블랙팬서’(감독 라이언 쿠글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감독 안토니 루소·조 루소), ‘앤트맨과 와스프’(감독 페이튼 리드) 등을 개봉시켜 각각 540만명, 1천121만명, 4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인크레더블’은 인물들 각자가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사회가 이들의 능력을 터부시하거나 악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엑스맨’ 시리즈와 닮아 있고, 이들이 힘을 합쳐 세상을 위험에서 구해낸다는 점에서 ‘어벤져스’ 시리즈와 유사하다. 그간 슈퍼 히어로물들이 VFX(시각적 특수효과) 기술에 힘입어 보여준 액션의 화려함은 말할 것도 없다. 2004년 당시에는 선구적인 히어로물이었으나 속편이 너무 늦게 도착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크레더블’ 시리즈는 특별하다. 실사와 CG의 결합이 아닌, 그림으로 창조된 세상과 캐릭터들을 기반으로 일상의 리얼리티 및 슈퍼 히어로에 대한 판타지를 적확한 비율로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 히어로법 개정을 위해 아내 ‘헬렌’(홀리 헌터)이 집을 비운 동안 ‘밥’(크레이그 T.넬슨)은 집안일을 챙기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혼자서 ‘바이올렛’(사라 보웰)의 연애사와 ‘대시’(헉 밀러)의 학교 숙제, 아기 ‘잭잭’(엘리 푸실)까지 챙기는 것은 역부족이다. 세상이 큰 인명피해를 막는 ‘일라스티걸’의 영웅적 활동에 주목하는 동안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집안일과 육아로 방전돼 간다. 작품 전반에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테마가 깃들어 있는 것은 물론이요, 전통적 성역할을 뒤바꿔놓음으로써 세계적인 페미니즘 조류도 반영하고 있으며, 가정을 ‘잘’ 돌보는 것도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만큼이나 영웅적인 일임을 강조하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고의 요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부부부터 아기까지 이웃집 가족 같은 주인공들도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특히 천사 같은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오만 가지 초능력을 발산하는 잭잭은 이번 작품에 새로 편입된 슈퍼 히어로이자 가족의 위기와 그 해결의 중심에 있는 열쇠로서 맹활약한다. 모든 것을 얼려 버리는 ‘프로존’(사무엘 L. 잭슨)과 히어로 슈트 디자이너 ‘에드나 모드’(브래드 버드)도 ‘인크레더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개성 있는 외모와 입담만으로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이들은 밥을 도와 아이들을 보호하거나 돌보는 데 투입되기도 한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을 실감케 하면서 공동체를 이뤄 부모의 빈 자리를 메워주는 이들의 모습이 따뜻하고 든든하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장편 상영 전에 단편을 소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크레더블 2’에는 만두를 빚는 엄마와 그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바오’(감독 도미 시)가 삽입돼 있는데, 본편 상영 전부터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 정도로 뭉클하다.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가족의 역할과 갈등, 화해를 다룬다는 점에서 ‘인크레더블’과도 무관하지 않다. 두루 만족스럽다. 다만 다음 편까지 또 14년이 필요하다면 팬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될 것이다. (장르: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25분)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우리가 만나 단 한번 함께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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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감독 오카다 마리, 이하 ‘이별의 아침’)는 완전히 창조된 하나의 세계, 나름의 새로운 세계관을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 안에서 이 판타지의 모든 설정을 이해하고 인물들에게 완전히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움직이는 순정만화 같은 영상의 매력에 감탄하다보면 어느 순간 관객들은 영화 특유의 멜랑콜리한 감정에 빠져들게 된다.

‘마키아’(오카다 마리)는 아름다운 천을 짜내며 수백 년이라는 긴 삶을 살아가는 ‘요르프족’이다. 요르프족은 금세 나이가 들어버리는 인간에게 애정을 주는 것이 금기시 돼 있지만, 마키아는 ‘메자테’ 왕국이 요르프 마을로 쳐들어왔을 때 도망치다가 버려진 갓난 아기 ‘아리엘’(이리노 미유)을 발견하고는 아들처럼 키우며 살게 된다. 그러나 아리엘은 장성하면서 마키아에게 연정을 느끼고 결국 그녀를 떠나 버리고 만다.


영원히 사는 마키아와 숲속 버려진 아기 아리엘
서로 다른 시간의 속도로 살 수밖에 없는 숙명



노화를 막기 위해 방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요르프족의 숙명은 오히려 부러운 것일 수 있으나 ‘이별의 아침’은 마키아와 아리엘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의 속도로 살아간다는 것, 그 불균형함이 갖는 슬픔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별할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반복해서 사랑을 주는 요르프족의 감정에 대해서도 파고든다. 순정만화 같은 인물 작화와 달리 주제의 깊이감이 길게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배경, 우수에 찬 인물들의 눈, 만남과 사랑, 이별의 이야기가 메마른 감수성에 찰랑찰랑 물이 차오르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장르: 애니메이션,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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