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허무는 여행예능 ‘못 가는 곳 없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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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3   |  발행일 2018-07-23 제23면   |  수정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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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꽃보다 할배, 거기가 어딘데, 갈릴레오-깨어난 우주

여행 예능이 방송계의 총아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때마침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KBS 2TV ‘배틀트립’, JTBC ‘뭉쳐야 뜬다’, tvN ‘짠내투어’ 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해외 여행 추세에 발맞춰 탄생했다. 이들 예능은 다양하고 색다른 접근방식으로 가성비 좋은 여행 코스를 소개하는 똑똑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젠 한 발 더 나아가 SBS ‘정글의 법칙’처럼 여행과 체험의 수준을 넘어 극한의 상황을 간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여행을 선도하는 길잡이 역할

안방 예능 가운데 여행 테마는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하는 방송)을 압도할 만큼 다양하고 많은 프로그램 수를 자랑한다. 예능계의 ‘스테디셀러’로 불릴 정도다. 여행 예능은 과거 인기 예능의 포맷을 차용하거나 조금씩 변형하는 방식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2007년 8월 첫 방송된 이후 11년간 여행 예능의 간판으로 자리잡은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은 여행과 예능을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여행 예능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방송사들은 이후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노인이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는 방송가의 불문율을 깨고 주말 예능의 강자로 우뚝 선 tvN ‘꽃보다 할배’는 상징적인 의미까지 더해졌다. 3년 만에 돌아온 ‘꽃보다 할배 리턴즈’ 역시 인기와 화제성은 그대로다. 김용건이 꽃할배의 막내로 새롭게 합류한 이번 시리즈는 동유럽이 무대다.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는 “특색있는 동유럽의 도시들이 주는 다양한 느낌이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라는 시의성도 있고, 선생님들이 동유럽을 거의 가본 적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3년만에 돌아온 ‘꽃보다 할배 리턴즈’
막내 김용건 합류로 인기·화제성 유지

아라비아 사막 횡단 ‘거기가 어딘데’
미지 세계로까지 예능 스펙트럼 확장

가성비 초점 ‘짠내투어’‘뭉쳐야…’ 등
다양한 콘셉트의 프로그램도 쏟아져


KBS 2TV ‘배틀트립’도 2년 넘게 여행 예능의 한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2인 1조를 이룬 연예인들이 직접 발로 뛰어 여행 레시피를 정리하는 ‘배틀트립’은 연예인들의 여행을 관찰하는 대리만족형이 아닌, 그들이 직접 제안하는 여행코스라는 점이 흥미롭다. 그들이 직접 고민하고 조사해서 선택한 여행지, 맛집, 볼거리 등 시청자들이 참고할 만한 최신 여행정보와 꿀팁들이 비중있게 다뤄진다. ‘배틀트립’을 연출하는 손지원 PD는 “시청자들이 직접 여행지를 가보고 평가를 내리는 과정에서 힘을 얻어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앞으로도 가능한 한 최저가에 맞춘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시청자들이 따라하기에 무리 없는 여행지들을 소개하는 본령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tvN ‘짠내투어’와 JTBC ‘뭉쳐야 뜬다’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며 즐기는 여행을 지향한다. 연예인들이 한 팀이 되어 정해진 예산 안에서 여행하는 ‘짠내투어’는 무조건 아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원하는 ‘작은 사치’를 위해 현실적으로 타협하는 여행팁들이 많다. ‘뭉쳐야 뜬다’ 역시 편하고 합리적인 패키지 여행정보를 제공한다.

◆여행이 아닌 탐험+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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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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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는 녀석들

여행 예능은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명소를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SBS ‘정글의 법칙’처럼 사람들이 좀처럼 가려고 하지 않는, 그리고 웬만한 사람들은 갈 엄두조차 못 내는 미지의 세계로까지 예능이 펼쳐지고 있다. ‘정글의 법칙’이 국내 예능 최초로 남극 땅을 밟은 게 기폭제가 돼 사막과 우주를 무대로 한 예능도 등장했다.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는 KBS 2TV ‘거기가 어딘데’는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의 위대함을 체험하는 콘셉트로, 출연진은 오로지 지도와 나침반만을 의지한 채 자신들의 힘만으로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아라비아 사막은 낮 평균기온이 40℃에 육박하고 면적만 우리나라 6배에 달하는 상상 이상의 장소다.

tvN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아예 지구 밖이 무대다. 출연진은 화성과 똑같이 만들어진 미국 유타주 MDRS(화성탐사 연구기지)에서 일주일 동안 화성인으로서 극한의 삶을 체험한다. 스페이스엑스나 나사(NASA)가 화성을 가기 위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곳이라면, MDRS는 실제로 인간이 우주에 간다면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실험하는 장소다. ‘갈릴레오’를 연출하는 이영준 PD는 “최근 우주 과학에서 화두로 등장한 게 우주 이주, 화성 개척”이라며 “연예인들이 먼저 간접체험을 해봄으로써 어떤 문제와 즐거움이 있을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행에 특별한 콘셉트를 가미한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은 국경이 배경이다. 국경을 접한 두 나라의 닮은 듯 다른 역사와 문화·예술을 직접 두 발로 경험하며 비교한다. 출연자 중 한 명인 역사 강사 설민석의 흥미로운 설명까지 곁들여져 재미를 더한다. tvN ‘이타카로 가는 길’은 대한민국 대표 록커 윤도현과 하현우가 터키에서 출발해 그리스의 이타카섬까지 가는 여정을 담는다. 이들은 오직 SNS에 올린 노래 영상 조회 수만으로 여행 경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방탄소년단의 ‘DNA’, 워너원의 ‘에너제틱’ 등을 커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타카로 가는 길’을 연출한 민철기 PD는 “음악을 하며 여행을 하는 과정에 방점이 맞춰진 로드무비 같은 프로그램”이라며 “만남과 헤어짐을 통한 음악의 변화, 멤버들의 호흡이 변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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