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달구벌대로 ‘천연 에어컨 통로’로 손색 없어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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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6 07:09  |  수정 2018-07-26 07:10  |  발행일 2018-07-26 제3면
대구시 ‘바람길 숲’ 프로젝트 추진
20180726
대구의 젖줄인 신천은 야간에 앞산에서 뿜어 나오는 찬공기를 도심으로 내려보내는 대표적인 바람길로 통한다. 대구시는 신천과 같은 바람길을 추가로 확보해 폭염과 미세먼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도시 바람길 숲’ 조성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도시 바람길 숲’을 조성하는 사업은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한 환경보전형 도시계획방안이다. 바람길 숲의 효과는 특히 대구와 같은 분지에서 도드라진다. 도시 외곽이 산림으로 둘러싸여 정작 도심 안에선 오염물질을 이동시키는 바람의 힘이 약한 게 분지다. 이에 도시를 둘러싼 외곽 산림의 찬공기를 저지대 시가지로 유도하는 바람길 숲을 조성할 경우 효과는 배가된다.

◆찬바람을 만들자

도시 바람길 숲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찬바람을 만드는 것이다. 찬바람이 생기는 곳은 산, 녹지, 강이다. 여기서 머금고 있던 물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온도를 떨어뜨린다. 특히 밤에 차가워진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찬바람을 만들어낸다. 도시 안에 녹지와 물이 흐르는 곳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원한 바람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도시 안에서 넓은 녹지나 강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도시 바깥 산이나 강 주변에 풍부한 찬바람을 도심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바로 바람길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외곽 산림-도심 주택가 경계지
찬공기 유도 역할 숲길 등 조성
열대야·대기오염 해소 큰 역할

분지형 도시 獨 슈투트가르트
‘그린 U 포레스트’ 성공 롤모델
대구, 사업지로 충분한 경쟁력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92%가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등 도시화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해 지난 100년간 1.5℃ 상승해 세계 평균(0.76℃)보다 2배나 높은 기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곧 폭염발생 빈도와 미세먼지 농도를 높여 생활환경이 악화되고 각종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폐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0년 7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 해제(공원 일몰제)되면 각종 개발 수요가 증가해 도시 내 그린 인프라의 부족 현상도 가중될 것으로 산림청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산림청은 외곽 산림과 도시 숲이 연계되는 종합 공간관리 체계를 구축해 푸른 숲으로 덮인 도시를 창출하는 국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바람길 숲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분지에서 도드라진다

바람길을 활용한 도시계획의 성공사례로 벤츠 본사가 위치한 독일 슈투트가르트시가 꼽힌다. 슈투트가르트는 3면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도시여서 바람의 흐름이 비교적 느린 편이다. 자동차산업 도시인 만큼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많은데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슈투트가르트시 당국은 최대 현안인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38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도시대기환경부를 설립하고 도심 바람길 숲 조성에 나섰다. ‘그린 U 포레스트(Green U forest)’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으로, 도시 바깥 산지와 도심 주택가 경계지역 사이 8㎞ 구간에 생태다리·숲길·계단 등을 조성했다. 도시 내·외곽을 녹색띠로 이어주는 바람길 통로가 완성된 것이다. 광합성 작용으로 야간에 도시 외곽 숲에서 뿜어내는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이 녹색 통로를 타고 시가지로 내려와 덥고 오염된 공기를 밀어 올리면서 대기오염 물질을 정화시켜줬다. 이와 더불어 숲에서 들어온 냉기류 덕분에 야간 기온을 낮추는 등 열대야를 해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산림청이 올해 대상 도시를 선정하고 내년에 시범사업에 나설 예정인 도시 바람길 숲 조성 프로젝트는 슈투트가르트의 그린 U 포레스트를 롤모델로 삼고 있어 대구로선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다. 팔공산과 앞산으로 둘러싸인 대구의 지형은 슈투트가르트처럼 전형적인 분지다. 여기에다 젖줄인 신천과 동서를 잇는 대동맥인 달구벌대로는 바람길을 강화하는 녹색축으로 손색이 없다. 산림청 관계자는 “폭염과 미세먼지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도시 안팎의 바람길을 확보하는 등 그린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구도 이 사업의 대상지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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