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 규정 못지키게 만드는 환경도 개선해야

  • 김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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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6   |  발행일 2018-07-26 제31면   |  수정 2018-10-01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방치된 어린이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지난 24일 대책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연말까지 모든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하차확인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통학차량 사망사고에도 시설폐쇄를 적용하는 등 강경대응책을 발표했다. 지난 17일 경기도 동두천시에서는 4세 여자 어린이가 폭염 속에 통학차량 안에 방치됐다가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앞서 지난해 여름에는 광주시에서 5세 남자 어린이가 통학차량 안에 8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이 어린이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참사들이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이런 참사들로 인해 어린이집과 감독기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처방문을 정부가 낸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당연한 조치다.

전국 4만여 어린이집에서 운영되는 통학차량 2만8천여대에 설치되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장치는 미국·캐나다 등지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것이다. 통학차량 맨 뒤에 하차 확인 버튼을 부착, 운전자가 해당 버튼을 눌러야 시동을 끄고 문을 닫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나기 전에 우리도 선제적으로 대응, 미리 이 제도를 도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이런 사태가 이번 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인 데도 우리의 예지력이 못미치고 있고, 관련 기관도 방심하고 있어 문제다.

이런 중대사고는 한 번만 발생해도 해당 시설의 폐쇄를 적용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강경 조치를 하는 게 맞다. 이와 함께 어린이집의 열악한 보육 여건도 차제에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찮게 나온다. 조사를 해보니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12시간 운영되는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은 하루 평균 9시간36분 근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휴식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며, 높은 업무강도에 비해 보수는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니 보육교사 수준이나 업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래서는 사고가 언제 어디서 또 터질지 모른다.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보육교사들의 하루 8시간 근무와 휴식 시간을 보장하고, 처우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법규·규칙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보건복지부와 관련 기관은 다시는 고귀한 어린 생명들이 헛되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비·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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