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집단고사…수백억 들인 조경공사가 ‘이지경’

  •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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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31 07:16  |  수정 2018-07-31 07:16  |  발행일 2018-07-31 제8면
상주∼영덕 고속도로 따라
나무 40여종 95만그루 심어
소나무는 곳곳서 말라 죽어
도로공사, 보수업체도 몰라
소나무 집단고사…수백억 들인 조경공사가 ‘이지경’
상주∼영덕 고속도로 청송 일부 구간에 죽은 소나무가 흉물처럼 서 있다.

[청송] 상주∼영덕 고속도로에 조경수로 심어져 있는 소나무가 집단 고사(枯死)하고 있다. 수백억원을 들인 조경공사가 하자투성이인 데도 한국도로공사는 원인 규명도 없이 뒷짐만 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6년 3∼12월 304억원을 들여 상주∼영덕 고속도로(107.9㎞)에 소나무 등 40여 종 95만4천여 그루를 식재했다. 하지만 이들 나무 가운데 상당수가 2년도 안돼 말라 죽어가고 있다. 식재 당시 소나무 100여 그루에 이르던 의성 점곡 일부 구간은 현재 10여 그루만 살아 있다. 나머지는 베어낸 고사목 아랫둥치만 남아 있다. 베어낸 고사목은 아무렇게나 쌓여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또 청송 일부 구간에도 죽은 소나무가 흉물처럼 서 있다. 조경업체는 “이들 고사목은 주당 수백여 만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다른 일부 구간에선 베어낸 나무가 까맣게 말라가는 고사현상이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조경업자 A씨는 “통상 조경목은 수년간 가꾼 나무를 사용하는 게 원칙인데, 산에서 바로 옮겨 심은 나무는 고사 확률이 높다”면서 “소나무 구입 과정에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측은 소나무 1만9천여 그루 가운데 450여 그루가 고사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나무가 말라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 임모씨는 “개통 당시 울창하던 소나무 숲이 2년도 안돼 흉물처럼 죽어 청송 등 북부지역을 찾는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수 법정 보수 기간은 2년으로 오는 연말까지다. 도로공사 측은 고사목이 갈수록 늘어나자 지난 5월 원도급업체에 3차례에 걸쳐 하자보수를 요청했다. 조경공사는 입찰을 통해 전국 6개 업체가 수주했다. 그러나 공사는 다시 5개 업체에 하도급된 뒤 또다시 하도급으로 이어졌다. 사실상 보수업체가 어느 곳인지조차 불분명해 보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질지조차 의문스럽다는 게 주민들의 시각이다.

글·사진=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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