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으로 캔버스 분할…평면성 살리려 수십번 덧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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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범기자
  •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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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교준 예전작품 정리 책발간

31일 갤러리 신라서 개인전도 계획

“내 작업은 수도이자 인문학”

이교준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교준 작가(63)는 기하학적인 추상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평면의 회복과 회화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책<사진>을 출간했다. 스스로 “젊은 시절의 초상”이라고 말한다. 실제 1976년부터 1998년까지 작업한 작가의 작품이 실려 있다. 사진을 비롯한 설치작업, 드로잉, 퍼포먼스, 미디어 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대구미술계 일각에선 작가의 책에 대해 “대구미술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30일 대구 동구 신천동 동산맨션에 자리잡고 있는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의 중심에 있던 김영진 설치작가가 사용하던 공간이다. 작가 역시 대학을 다니면서 대구현대미술제의 작가로 활동했다. 작가는 계명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작가는 “기록을 잘 남겨뒀기 때문에 책이 나올 수 있었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역사가 안된다고 생각했다. 수십 번 이사를 다니면서도 자료를 끝까지 챙겼다”고 말했다. 사회학적인 관심도 철저한 자료 관리의 배경이 됐다. 작가는 “사회나 미술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부했다”고 밝혔다.

초기 작업에서 사진이나 퍼포먼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물음에 작가는 “돈 없는 작가가 하기 좋았다”며 웃었다. 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1970년대 후반 한국에 ‘개념미술’이 소개됐는데, 작가는 새로운 시대와 정신을 담아내는 유효한 수단으로 봤다. 당시 최병소·이건용 작가도 개념미술의 작업을 했다. 작가는 “대학에 다닐 때 사진 작업을 한다고 교수들과 많이 싸웠다. 기득권과 부딪힌 게 개념미술이었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책에는 박두영 작가의 말을 빌려 1980년대 대구미술의 상황도 소개되고 있다. 작가는 “대구미술의 역사에서 1970년대만 주목을 받고 있다. 1980년대에도 대구미술은 계속됐다. 1970년대에서 대구미술이 끝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요즘 페인팅에 몰두하고 있다. 젊은 시절의 작업에서 분할의 요소를 발견하고 캔버스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캔버스에 여백을 두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다. 색은 회색과 흰색만 쓴다. 작가는 “컬러를 쓰면 번민이 생긴다. 감정에 따라 색이 달리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캔버스에 평면성을 나타내기 위해 물감을 수십 번 바른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물질로 하는 수도, 물질로 하는 인문학”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오는 31일 갤러리 신라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글·사진=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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