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북경찰청에서 박현진 순경(왼쪽)이 교육기간 모아둔 819만원을 김상운 경북경찰청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
서울 강남경찰서 논현1파출소 박현진 순경(25). 지난달 8일 소내 근무 중이던 그는 조현병 환자의 흉기에 목숨을 잃은 영양파출소 고(故) 김선현 경감 뉴스를 접하자 이내 깊은 슬픔에 빠졌다. 경찰복을 입은 지 1개월도 채 안된 그에겐 마치 가족을 잃은 아픔으로 다가왔다. 이틀 뒤인 10일 김 경감의 영결식이 끝나자 박 순경은 자신의 서랍에서 적금통장을 꺼내 경북경찰청으로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모아뒀던 819만30원을 김 경감 유족에게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한 달 뒤인 9일 오후 2시 경북경찰청 5층 ‘만남의 방’에서 그는 김상운 경북경찰청장에게 위로금을 맡겼다.
위로금은 박 순경이 지난해 경찰 공채시험에 합격한 뒤 그해 12월~지난 5월 중앙경찰학교 교육 기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교육비 전액이다. 교육 기간엔 정식 경찰이 아니어서 월급 대신 매달 평균 120만원 정도의 교육비를 받았다.
박 순경은 “부모님은 늘 ‘경제력이 생기면 남을 많이 도우라’고 하셨다. 교육 기간 받은 교육비 전액을 모아 꼭 의미있는 곳에 쓰고 싶었다”면서 “솔직히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경감님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같은 경찰이자 동료로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유족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순경 공채시험을 준비 중인 김 경감님의 따님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나도 순경 시험을 2년6개월간 6번이나 치른 끝에 합격했다”며 “취준생의 일상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꼭 경찰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실 박 순경에게 800여만원은 작은 금액이 아니지만, 사회복지사로 일한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남을 돕는 일에 익숙하다. 대구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뒤 부모를 따라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의무경찰로 입대하면서 경찰도 남을 돕는 최일선에 있다는 점을 몸소 느끼고 진로를 바꿨다. 대학 2학년 때 휴학한 뒤 순경 공채시험을 통해 경찰이 됐다.
그는 “경찰이란 직업이 늘 힘들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이 항상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글·사진=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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