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한달, 직장인 희비

  • 노인호,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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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0 07:24  |  수정 2018-08-10 07:24  |  발행일 2018-08-10 제12면
“퇴근 후 백화점 강좌 수강” “월급 줄고 업무강도 세져”
인기 있는 취미 강좌 조기 마감
오후 8∼9시 늦은시간대도 몰려
잔업 줄어 당장 생활비 걱정할판
소규모 사업장은 상실감만 토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직장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늘어난 직장인들은 백화점 문화교실 등을 찾아 자기계발에 나서는 반면, 일부는 잔업 등이 줄면서 임금까지 감소해 당장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9일 대구신세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폐점시간인 오후 8시를 전후해 백화점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백화점은 문을 닫지만 백화점 내에 위치한 아카데미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대구신세계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오후 8~9시 진행하는 늦은시간 단기특강을 마련했고, 시간 여유가 생긴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7월 이전까지 진행무 여름강좌는 대부분 오후 6시를 전후해 수업이 마무리됐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늦은시간 강좌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백화점 아카데미 강좌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3일부터 모집하고 있는 가을 강좌에서는 워라밸 관련 강좌 비중을 10~15% 늘렸다. 모집을 시작한 강좌 중 ‘와인 소믈판에 자격증 과정’ ‘베이직 드럼’ ‘1:1 필라테스’ ‘친환경 비누 만들기’ 등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취미 관련 강좌는 조기 마감됐다.

대구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7월부터 시작된 늦은시간 단기강좌는 강좌마다 수강생이 10명을 넘겼다. 인기에 힘입어 9월부터 개강하는 가을학기에도 늦은시간 단기강좌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다르게 근로시간 단축으로 잔업과 야근 등이 사라지면서 실질소득 감소로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달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대구에서는 300인 이상 사업장 122곳(7만8천여명 추정)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유연근무제와 재량근무제,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무제 등을 통해 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근로시간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노동 현장에선 근로시간과 함께 임금까지 줄어 힘들어졌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업무를 마쳐야 하는 종사자들의 경우 근로시간 감소에 따라 빠듯해진 업무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대구의 자동차부품업체에 다니는 강모씨(34)는 “주·야간 2교대의 근무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잔업이 크게 줄어 지난달 월급이 6월보다 40만원 줄었다. 현장에선 불만이 꽤 높다. 특히 가정이 있는 경우는 살림이 많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강씨의 동료 최모씨(32)는 “근무시간은 줄고 일은 그대로라서 제때 물량을 맞추려면 바삐 움직여야 하는 탓에 개인의 노동강도는 높아졌다”고 힘들어했다.

이처럼 주 52시간 근무제가 ‘딴 세상 얘기’인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정부는 내년부터 주 52시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선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칼퇴’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가 떠들썩하게 나오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에 오히려 상실감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도 높다.

직원이 5명인 대구의 한 디자인회사에서 일하는 임모씨(여·31)는 “제조업의 경우 현장에서 일하는 시간을 매기지만 사무직은 빈틈이 많다. 다음날까지 디자인안을 완성해 의뢰인한테 보여줘야 하는데 일이 덜 끝나면 회사일을 집에 가져가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면서 “일을 해도 노동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완벽한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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