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넘어서다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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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0   |  발행일 2018-08-10 제33면   |  수정 2018-08-10
산악인 혹독한 환경 속 암벽 등반…인공암벽 체험
전신근육 사용, 다이어트·성인병 예방·정신력 강화
날씨 상관없이 즐기는 실내암벽장 직장인에 인기
청소년 몸·마음 균형적 발달…학업 집중력에 도움
유명진씨가 퇴근 후 실내암벽장을 찾아 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20180810

지난 7일 오후 8시 대구 수성구에 있는 ‘락매니아 클라이밍짐’. 10여 명의 사람들이 인공암벽을 타는 데 빠져 기자들이 찾아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1~2분 암벽을 타다가 내려오는 사람도 있고, 오랫동안 암벽에서 내려올 줄 모른 채 벽면에 설치된 암벽만이 아니라 천장에 있는 암벽 타기에 도전하는 이도 있었다. 외모는 달랐지만 몸놀림이 스파이더맨을 방불케 했다. 몸을 꽤나 가볍게 움직여서 크게 힘들 것 같지 않은데 손과 발이 짚어가는 돌을 바꿀 때마다 팔과 다리에서 크고 작은 근육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몸동작과 달리 그들의 신체는 스포츠클라이밍이 얼마나 힘든 운동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이날 스포츠클라이밍을 하고 있는 이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3세의 장년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한 공간에서 클라이밍을 통해 건강을 다지고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락매니아 클라이밍짐 김인수 매니저는 “스포츠클라이밍은 힘든 운동이다. 육체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극기훈련 같은 생각이 들지만 힘든 만큼 성취감도 크다”며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도전할 수 있고 전신운동이 되어서 즐기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이 최근 새로운 레포츠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날씨와 상관없이 암벽 등반을 즐길 수 있는 실내암벽장을 중심으로 클라이머(스포츠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가 증가하고 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어떤 운동= 산악 등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암벽 등반을 실내외에 설치된 인공암벽을 이용해 즐기는 운동이다. 암벽 등반이 가진 스포츠적인 요소를 별개의 장르로 독립시킨 클라이밍의 한 종류로, 혹독한 자연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암벽 등반의 스릴과 재미를 즐기면서 위험요소는 줄여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다. 특히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실내암벽장은 직장인과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추위와 더위, 비나 눈 등 궂은 날씨에도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데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해 접근성이 좋다. 또 암벽장마다 특징이 있어 다양한 암벽 등반을 경험해보며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도 있다.

클라이밍은 전신 근육을 사용해 운동효과가 특히 뛰어나다. 체중 감소를 위한 다이어트 운동으로 매우 좋다. 10~20분만 해도 온몸에 땀이 날 정도로 많은 운동이 된다. 균형감각, 지구력, 순발력, 완력과 유연성 등도 골고루 발달시켜 준다. 자기 한계에 도전하는 일종의 극기훈련이라 할 수 있으며 끈질긴 집념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신체 단련을 넘어서 정신력 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김 매니저는 “클라이밍은 아동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좋은 운동이다. 특히 성인병을 예방해준다. 장년층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 및 근력 감퇴, 남성은 성인병의 주범인 복부비만을 막아준다”고 조언했다.

청소년은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적인 발달을 이룰 수 있게 해주어 건강은 물론 학업 집중력도 높여줄 수 있다.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은 여러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동의 경우 내향적인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주고 힘든 운동을 하나하나 완성해감으로써 자신감도 키울 수 있다. 산만한 아이는 차분해진다. 클라이밍은 잠시라도 방심하거나 차분하지 않으면 암벽을 타다가 바로 떨어지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늘어나는 등산 인구가 자극제가 돼= 산악인에게 클라이밍은 필수적으로 해야 할 운동이다. 그래서 인공 암벽장은 처음에는 산악인들의 훈련시설로 만들어졌다. 이전에 유럽 등에서는 산악전투부대가 훈련용으로 클라이밍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IMF 외환위기 이후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클라이밍이 확산되었고 2000년을 전후해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다.

대한산악연맹 대구시연맹 김종호 스포츠클라이밍 이사(펀&펀 클라이밍센터 대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에도 실내암벽장이 생기면서 클라이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대구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실내암벽장이 생겨나기 시작해 10여 개 운영되었으나 몇 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 현재 30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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