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에 대구경북 4대 주력산업 톱니바퀴 ‘삐걱삐걱’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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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1 07:56  |  수정 2018-08-11 07:56  |  발행일 2018-08-11 제11면
■ 韓수출산업과 맞닿은 지역 제조업 위기
‘내우외환’ 에 대구경북 4대 주력산업 톱니바퀴 ‘삐걱삐걱’

대한민국의 수출을 견인해 온 자동차·휴대폰·디스플레이·철강 산업이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장벽과 중국 굴기(堀起) 탓에 줄줄이 신음하고 있다. 이들 업종은 모두 대구경북의 주력산업과 맞닿아 있다. 지역 제조업 경기가 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는 결정적 이유인 셈이다.

‘내우외환’ 에 대구경북 4대 주력산업 톱니바퀴 ‘삐걱삐걱’

◆‘수출·생산 부진’ 자동차 산업

상반기 국내차 내수·수출·생산 동반하락
수입차 17.9% 판매 증가와는 대조적 양상
‘대구경북 車부품벨트’ 총 860여업체 막막

자동차업계의 위기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 부진에서 시작됐다. 2년 전부터 하향세는 완연하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게 뼈아팠다. 미국에선 일본차에, 사드 보복 여파 악재 속에서 힘겹게 버티던 중국에선 가격 경쟁력이 좋은 중국차의 선전 때문에 시장에서 뒷걸음질쳤다. 설상가상 국내에선 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사실상 GM 본사의 주요 생산기지로서의 위상도 상실했다. 미국은 현재 수입차에 대한 관세부과 카드도 만지작거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465만대에 달했던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2016년 422만대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411만대까지 줄었다. 수출 판매량도 2013년 309만대에서 해마다 낮아져 지난해에는 253만대까지 내려갔다.

올 상반기 실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수(-0.3%), 수출(-7.5%) 모두 부진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0만4천744대로 작년 동기보다 7.3%나 쪼그라들었다. 내수에서는 국산차 판매가 3.3% 감소한 가운데 수입차는 17.9%나 늘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는 올 연말까지 승용차 개별소비세율(개소세)을 5%에서 3.5%로 인하키로 했다. 차량 구매 가격을 낮춰 자동차 구매를 촉진해 보겠다는 것.

그동안 자동차 산업을 묵묵히 떠받쳐 온 차부품업계도 좌불안석이다. 국내에는 5대 완성차 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사만 850여 개사다. 영세한 2·3차 협력사까지 합치면 협력사 수는 5천곳에 달한다. 현대차의 경우 1차 협력사만 300여 곳에 이르고 그중 알짜배기는 대구·경북에 포진돼 있다. 3~4차 협력사들은 상위 협력사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지만 대답은 함흥차사다. 경주-영천-경산-대구로 이어지는 대구경북 차부품벨트(총 860여 개사)는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 최근엔 구미산단의 전자업종 경기가 나빠지면서 차부품업체로 업종 전환하는 전자업체 협력사들이 하나둘 느는 추세다.


‘내우외환’ 에 대구경북 4대 주력산업 톱니바퀴 ‘삐걱삐걱’

◆‘샌드위치 신세’ 휴대폰

삼성휴대폰 세계 생산비중 30% 육박 구미
현재 5%로 줄어든 데다 신제품 특수 없어
美 기술·품질-中 가격경쟁 ‘넛 크래커’신세

국내 휴대폰 산업은 갈수록 위상이 움츠러든다. 한때 구미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기지로 명성을 날렸다. 세계 생산비중의 30%까지 육박했지만 현재는 5%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주력 생산기지는 2010년을 전후해 베트남으로 옮긴 상태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연간 휴대폰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베트남 현지 공장 두 곳에서 생산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고가 제품 ‘애플’과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화웨이·샤오미 등의 틈바구니에 끼어 ‘넛 크래커(nut-cracker)’ 신세가 됐다. 기술 차별화와 함께 중저가 시장까지 방어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넛 크래커는 선진국에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중국 등 후발 개발도상국에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을 말한다.

더욱이 중국 화웨이는 고가 시장도 넘보고 있다. 지난 3월 프리미엄 제품인 ‘트리플 카메라폰’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쯤 이 같은 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올가을쯤 전면 카메라 2개, 후면 카메라 3개 등 총 5개의 카메라가 탑재된 ‘V40’를 내놓을 계획이다. 중국이 프리미엄 폰 시장을 선점한 셈이다.

이달 중 신제품 갤럭시노트9을 출시했지만 이미 구미지역 공장은 기존 제품 생산을 위해 풀가동한 상태여서 신제품 특수를 누리지 못한다. 아이폰(애플사)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 구미공장도 아이폰X의 판매 부진으로 올 상반기 수출에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내우외환’ 에 대구경북 4대 주력산업 톱니바퀴 ‘삐걱삐걱’

◆‘中 저가 공세’ LCD패널
세계 주름잡은 LG디스플레이 둥지 구미
파주로 공장 옮겨간 후 신규투자 없는데다
주력 LCD 원가경쟁력 밀려 생산 접을 판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중국의 LCD 저가 물량공세 탓에 울상이 된 지 오래다.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은 1990년대부터 세계시장을 주름잡았다. 그 중심엔 구미에 둥지를 튼 LG디스플레이가 있었고 주력 제품은 LCD(액정표시장치)였다. 하지만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주력인 LCD 분야가 휘청거린다. 중국업체가 LCD패널 생산을 대폭 늘리며 전 세계에 저가로 공급하면서부터다.

더욱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인 BOE는 올 초 10.5세대 LCD패널 양산에 돌입했다. 국내 주력 제품인 8.5세대 LCD패널은 원가 경쟁력에서 밀려 조만간 생산을 접어야 할 판국이다. 구미의 기존 저세대 LCD공장은 신규 투자가 진행되지 않으면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중국 BOE와 차이나스타 등이 연내에 OLED를 양산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불을 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쪽에선 시장을 선점했고, 현재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경기 파주공장에서 전량을 생산한다. 하지만 시장이 빨리 커지지 않고 있는 게 흠이다.

구미공장에선 지난해 9월부터 모바일용(중소형) OLED 생산을 시작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모바일용 OLED는 이미 삼성디스플레이가 9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생산물량은 경기(용인)와 충남(아산·천안)에서 도맡고 있다. 뒤늦게 LG도 애플과 손잡고 모바일용 OLED 시장에 눈을 떴지만 구미에 그다지 실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수도권 접근성이 좋고 자신들이 선호하는 제조장비가 구비된 LG의 파주공장에서 생산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증설은 모두 파주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LG는 구미에서 조명용 OLED쪽에 관심을 쏟고 있다. 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아 일단 지켜볼 일이다. 여하튼 2013년 LG디스플레이 공장이 파주로 옮겨가는 것을 경북도와 구미시가 막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뼈아프게 다가온다.


◆‘수출길 막힌’ 철강
철강도시 포항의 수출효자종목이던 강관
美 보호무역주의·글로벌 공급과잉 직격탄
車·조선 전방산업-건설경기 둔화도 한몫

철강산업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글로벌 공급과잉,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의 업황 부진 및 건설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탓이다.

글로벌 공급과잉의 중심엔 중국이 있다. 전체 과잉공급된 철강의 절반가량이 중국산이다. 생산설비 과잉투자 상태인데도 대부분 국영기업이다보니 일단 공장을 돌리겠다고 나서면서 이 같은 사달이 났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철강 수출길이 막혔다는 점이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전 세계에 도미노처럼 확산될 태세다.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25% 추가관세를 면제해주는 대신 올해 대미 수출물량을 104만t으로 제안하는 쿼터제를 제안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쿼터가 적용되는 시점은 지난 5월로 예상됐지만 미국은 올 1월부터 소급 적용하라고 다그쳤다. 이미 올해 수출물량 한도는 초과됐다. 다른 판로를 찾아야 한다. 미국에서 인프라 투자붐이 일어 철강 수요가 많지만 정작 국내에선 쿼터제 때문에 미국 수출 길이 막힌 것이다.

특히 철강도시 포항의 수출효자종목이던 강관은 이제 대체시장을 물색해야 한다. EU는 최근 미국의 관세부과 여파로 유럽으로 향하려던 철강수출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자국 철강업계의 피해를 막기 위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것.

국내 철강 수요도 마뜩지 않다. 자동차·조선 등 주요 수요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주택 경기 하락 탓에 철근 수요도 떨어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근 재고량은 지난해 12월 말 21만6천t에서 올 1분기에는 47만6천t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대폭 감소로 공공투자까지 막혀 있다. 포항과 포스코에 남북경협에 따른 북한 경제개발 사업 참여 및 타이타늄 등 자체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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