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방뇨·곡예운전…구미, 시내버스 회차지 조성 시급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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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3 07:21  |  수정 2018-08-13 07:21  |  발행일 2018-08-13 제8면
기사들 폭염에도 버스서 휴식 봉곡동·문성리·황상동 등 3곳
“운송사업자 자체 조성할 의무”
노상방뇨·곡예운전…구미, 시내버스 회차지 조성 시급
지난 8일 오후 구미 시내버스 운전기사 서정식씨가 회차지가 없어 도로변에 정차돼 있는 버스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구미] 구미지역 일부 시내버스 종점에 회차지가 없어 상당수 버스운전기사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폭염이 내리쬔 지난 8일 오후 2시 구미 봉곡동 S아파트 근처 시내버스 종점. 이곳은 다른 종점과 달리 버스 회차지가 마련돼 있지 않다. 때문에 시내버스 3~4대가 도로변에 길게 정차돼 있었다. 기사들은 버스 에어컨을 가동한 채 좁은 운전석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잠을 청하는 등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버스운전 38년 경력의 서정식씨(58)는 “운행을 마친 기사들은 다음 운행 전까지 20~30분 휴식시간을 가지는데 회차지가 없다 보니 버스 외엔 마땅히 쉴 곳이 없다”며 “화장실마저 갖춰져 있지 않아 생리현상으로 용변이 급할 땐 근처 식당의 양해를 구하거나 부득이하게 노상방뇨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잠시 후 운행을 마친 시내버스 한 대가 종점을 통과했다. 해당 버스 운전기사가 다음 운행을 위해 버스를 반대편 차로로 유턴하는 과정에서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이 시작됐다. 회차지가 없는 탓에 주차된 차량을 피해 핸들을 좌우로 돌리고 후·전진을 반복하며 불법유턴을 해야만 했다.

구미지역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에 따르면 회차지가 없는 종점은 봉곡동을 비롯해 고아읍 문성리, 황상동 등 모두 3곳이다. 회차지는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한 후 다시 돌아서 원 출발지로 향하는 지점을 일컫는다. 통상 회차지엔 휴게실·화장실·샤워실 등 편의시설이 있어 버스 운전기사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구미지역 종점 3곳엔 회차지가 없다 보니 이곳에서 버스 운행을 하는 운전기사들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버스에서 지내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회차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도로에서 유턴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도 많다. 버스 운전기사 A씨는 얼마 전 봉곡동 종점에서 유턴을 하다가 주차돼 있는 차량과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그는 “유턴을 하던 중 인근 중학교 학생들을 피하다가 길가에 세워져있던 차와 부딪쳤다. 다행히 배상금은 버스공제조합을 통해 해결했지만 사고 후 안전교육으로 며칠간 일을 쉬어야 했다.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회차지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버스기사와 시민이 불편해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버스 회차지는 운송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시 예산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현재 운송사업자가 일부 종점에 회차지 조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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