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시험공부하지 마라?

  • 최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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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3 07:42  |  수정 2018-08-13 07:42  |  발행일 2018-08-13 제17면
시험공부 대신 독서·토론하며 ‘진짜 공부’해보자
20180813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다. 시험 준비로 긴장한 아이들이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도덕 시험공부 어떻게 해야 해요? 시험 범위가 너무 넓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 학교의 도덕 과목은 중간고사를 보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말고사의 범위가 넓다. 난 과감하게 한마디 한다. “도덕 시험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이어지는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 “정말요? 야호! 좋아라.” “진짜죠? 진짜로 안 해도 되지요?” “선생님, 너무 무책임하신 거 아니에요?” 심지어 어떤 아이는 도덕 시험공부 정리 노트를 들이대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저 며칠 전부터 이렇게 정리했는데요.” 나는 한마디 더 거든다. “도덕 공부는 도덕수업시간에 열심히 생각하고, 판단하고 자기 생각을 적어 보는 거야. 자~오늘도 열심히 도덕 공부 해 보자.”

그렇다. 난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이 도덕 시험공부는 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독자님들 알아주시길….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지 않기를 바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국, 남녀노소 독서 하는 분위기
쉬는 시간엔 수업 관련 의견 나눠
고득점위해 공부하는 우리와 대조


작년 1월 운 좋게 미국의 우수학교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미국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밝혀내리라’라는 남모를 의지를 다졌다. 세계 1등 국가인 미국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물론 막대한 지하자원, 어마어마하게 큰 땅, 좋은 지리적 환경 등을 직접 보고 싶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미국 힘의 원동력을 볼 수 있었으면 했던 것이다. 다분히 개인적인 인상이겠지만 ‘과연 저것이 진정한 미국의 힘이구나’라고 느낀 장면은 3가지 정도다.

첫째는 보스턴 공공도서관에서 보았다. 보스턴 공공도서관의 시설과 건물의 아름다움이나 압도적인 위용도 대단했지만, 감동적인 장면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의 모습이었다.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는 부모들이 있었고 성인을 위한 도서관에는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대단히 많은 노인도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둘째는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미국 할머니다. 지팡이를 짚고 머리가 하얗게 센 80세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의 한쪽 손에는 자그마한 문고용 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6시간 정도의 비행 내내 책을 읽는 모습이 나에게 참으로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셋째는 미국에서 본 많은 초·중·고등학교다. 우리가 본 학교마다 수업의 모습이 굉장히 다양했고 대부분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우리나라 강의식 수업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짧은 영어로 “너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니”라고 물으면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감에 넘치는 어조로 자신의 활동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하나같이 말을 참 잘했다.) 그 중 가장 깊은 인상은 쉬는 시간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복도에 설치된 의자에 앉거나 서서 노트북이나 책을 들여다보며 다음 수업의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내 생각은 ‘아! 이 아이들은 공부하고 있구나’라는 것이었다. 쉬는 시간 복도에서 고함지르고 장난치는 우리 아이들이 오버랩되면서…. 미국 출장을 통해 알아낸 미국의 저력의 비밀에 대한 나름의 결론은 ‘공부’였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높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고 교육 수준이 높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공부한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 혹시 ‘수능 필승’이라 붙은 책상 앞에 앉아 머리에 띠를 매고 문제집에 매달리는 모습은 아닌지? 현실적으로 입시에서 고득점을 내야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으니 학생들이 자연 지식을 습득하고 많은 문제를 푸는 데 몰입하게 되나 이것이 진정한 공부인지 정말 고민하게 된다. 그저 고민을 나눠보자는 것이지 나에게 해답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우리 아이들의 공부 만족도와 행복도는 세계 최하위일 수밖에….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되어야 하는 건지….

이런 생각으로 나는 과감히 도덕 시험공부 따위는 안 해도 된다고 큰소리쳤던 것 같다. 그 큰소리 뒤에는 우리 아이들이 진짜 공부를 좀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담겼다.

산과 바다,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등 세상은 넓고 공부할 곳도 많고 해야 할 공부도 참 많다. 언제 어디에서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되었으면 한다. 아 참!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려면 부모가 먼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휴대폰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이래저래 부모 되기 참 어려운 시절이다. 개학하여 부쩍 성장한 우리 아이들을 만나기를 고대한다.

신현숙 (대구 조암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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