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정신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면담의 기법

  • 윤철희
  • |
  • 입력 2018-08-14 07:57  |  수정 2018-09-21 11:29  |  발행일 2018-08-14 제19면
‘신뢰 바탕’ 객관·적극적 참여자로
면담 초기 치료적 관계 형성 중요
거북한 주제 묻는 것 두려워 말아야
20180814
<곽호순병원장>

신체 증상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객관적인 측정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혈압을 측정할 수 있고 체온을 잴 수 있으며 혈당을 측정하기도 하고 청진이나 촉진 등을 통해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정신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인 측정 방법이나 통계적인 수치 같은 것이 있을까. 아쉽게도 그런 것은 없다. 정신상태의 평가는 대부분 면담에 의해 이뤄지므로 면담의 기법이 중요한 이유가 된다.

우선 정신과적 면담은 편안한 환경에서 이뤄져야 한다. 만약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곳이라거나 시끄러운 곳이라면 곤란하다. 혹은 너무 정면으로 마주 앉아 취조하듯 하는 자리 배치도 자연스럽지 못해 움츠러들 것이다.

가능하면 면담 초기에 치료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많은 것은 관계에 의해 이뤄진다. 친구 관계, 부부 관계, 애인 관계 혹은 스승과 제자 관계 등 이런 관계들을 통해 소통이 이뤄지는데 정신상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치료적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치료적 관계는 신뢰감이 바탕이 된 객관적이면서 적극적인 참여자적 관계가 필요하며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면 실패라고 봐야 한다. 그만큼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내담자 스스로가 자신의 주된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때로는 내담자 스스로가 자신의 주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를 경우도 많으며 이럴 때는 쉽고 편안한 질문을 통해 주된 문제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반대로 뚜렷하고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문제를 잘 표현할 때에는 예단하거나 자르지 말고 자유롭게 그 사람의 표현을 다 하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치료자는 내담자가 주된 증상을 설명할 때는 다른 감별진단을 생각해 봐야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잠을 잘 못 잔다고 표현을 할 때 수면 도입에 어려움이 있는지 유지에 어려움이 있는지, 수면 주기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주간 졸림 현상으로 힘들어하는지 등을 감별할 능력이 필요하다.

면담이 진행되면 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질문을 통해 진단 평가를 해야 한다. 내담자의 문제를 잘 판단하기 위해서는 매우 구체적인 ‘예’ ‘아니요’ 식의 폐쇄성 질문을 통해 내담자가 자신의 생각을 짧고 명료하게 대답하게 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자유롭게 얘기하도록 기회를 주어 자신의 자유 연상이 마음껏 펼쳐지도록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마음껏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두어도 모든 생각은 자신의 핵심감정과 연결돼 있으므로 치료자는 핵심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내담자에게 거북한 주제에 대해서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초보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거북한 문제라고 미리 생각해 그 문제를 피해 가려고 노력하는데, 이것은 큰 실수다. 성적인 문제나 술이나 약물 사용의 문제, 자살 생각이나 환청이나 망상 같은 정신병적인 문제 등을 묻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치료자가 그 문제를 두려워하는 것이지 내담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문제를 드러내고 싶어 하고 표현해서 평가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어렵고 거북한 문제일수록 더 철저히 다뤄야 옳은 면담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정신상태를 평가해야 하는 면담의 기법이 결코 쉬울 수 없으며 당연히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다. 정신상태를 평가하는 일이 함부로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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