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도 진갑도 지난 43세 여자 체조 선수의 열정

  • 입력 2018-08-14 00:00  |  수정 2018-08-14
우즈베크 추소비티나, 27세 어린 '딸 같은' 여서정과 한판 대결
20180814
옥사나 추소비티나. 연합뉴스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옥사나 추소비티나(43·우즈베키스탄)는 포듐 위를 힘차게 뛰고 날렵하게 뜀틀 위를 비상한다.


 추소비티나는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막을 올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공식 정보 사이트인 인포 2018에 따르면, 추소비티나는 우즈베키스탄 체조 출전 선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0대 중후반이면 모두 은퇴하는 험난한 여자 기계체조 세계에서 추소비티나는 20년을 더 버텼다. 열정이 아니고선 설명하기 어려운 인생 이력이다.


 한국 체조팀의 막내 여서정(경기체고)은 시니어 무대에 출전할 수 있는 만 16세가 돼 아시안게임 출전 자격을 얻었다.
 추소비티나는 무려 27세나 어려 마치 딸과 같은 여서정과 여자 도마에서 기량을 겨룰 것으로 전망된다.


 여서정은 추소비티나의 아들 알리셔(19)보다도 어리고, 추소비티나가 일본 히로시마에서 아시안게임 데뷔전을 치른 1994년엔 태어나지도 않았다.


 추소비티나는 세계 체조가 알아주는 유명인이다. 지난해엔 현역 신분 최초로 국제 체조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7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첫 체조인이다.
 아시안게임 2개를 포함해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유럽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메이저대회에서 획득한 금메달만 13개에 달한다.
 
 5번이나 서로 다른 국기를 유니폼에 붙인 그의 인생은 기구했다.


 지금의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추소비티나는 구소련 소속으로 15살이던 1990년 굿윌게임에 출전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소련 해체 후인 1992년 세계선수권대회에는 독립국가연합(CIS) 소속으로 나섰다.


 그해 올림픽엔 사실상 구소련에서 해방된 나라 선수들로 이뤄진 사실상의 독립국가연합을 뜻하는 '단일팀'(Unified Team) 소속으로 뛰었다.


 이후 고국인 우즈베키스탄 국기를 달았던 추소비티나는 2002년 백혈병 진단을 받은 알리셔의 치료를 위해 독일로 터전을 옮겼고 치료비를 벌다가 아예 독일 국적을 취득했다.


 귀화 절차를 거쳐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독일 선수로 활약했다.


 알리셔가 백혈병 완치 진단을 받은 후엔 다시 우즈베키스탄 국적을 되찾아 이후론 아시안게임에 모습을 보인다.
 39세이던 2014년, 그는 인천 아시안게임 도마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추소비티나의 주 종목은 도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을 FIG 채점 규정집에 5개나 올려놓았다. 그중 2개가 도마, 2개는 이단평행봉, 나머지 1개는 마루운동 기술이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기량과 꾸준한 훈련으로 추소비티나는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준다.


 여서정을 비롯해 북한, 중국이 각축을 벌이는 올해 아시안게임 도마에서 추소비티나가 시상대에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체조계의 중론이다.


 살아 있는 전설의 반열에 올라 2020년 도쿄올림픽에 시선을 고정한 추소비티나에게 아시안게임 메달 색깔과 입상은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없다.


 자카르타에서 남길 빛나는 발자취와 감동이 살아 있는 역사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기억에 오롯이 남을테니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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