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코피 터진 중국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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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5   |  발행일 2018-08-15 제23면   |  수정 2018-08-15
[박재일 칼럼] 코피 터진 중국

중국 펀드에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올 들어 세계 증시는 실물경제의 호황 속에 그런대로 다들 괜찮은데 중국과 한국만 죽을 쑨다. 얼마 전 가입한 중국 펀드에 필자도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펀드는 영화(신과 함께)에까지 등장해 쓴웃음을 지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콕 찍어서 보복을 선언할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다. 말이 무역전쟁이지 이른바 초강대국 G2 간 전면 대결이 그리 쉽게 번질까 했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다. 트럼프는 5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폭탄으로 일격을 날렸다. 중국이 맞대응 보복관세로 버티자 다시 2천억달러에 대해 무려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미국의 불만은 중국이 미국 기업을 사들여 기술을 훔쳐가고, 과학기술 의료로 망라되는 지식재산권을 도용하면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아가 미국은 내심 중국의 ‘건방진’ 제조 2025를 겨냥한다. 중국은 2025년까지 영국·프랑스·한국 수준을 뛰어넘고, 이후 독일·일본을 제치고 마침내 2039년 제조 1등급 미국을 앞서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바 있다.

빡빡한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되던 전쟁에서 미국은 승기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중국 쪽에서는 ‘곡(哭)소리’가 나고 있다. 중국은 인민일보까지 동원해 “국운이 걸려 있다. 항전에 나서야 한다”고 자존심을 세우고 있지만, 그 자존심을 지켜줄 카드가 마땅치 않다.

중국이 미국에 팔아먹는 수출은 지난해 기준 5천억달러를 넘어 수입의 5배나 많다. 더구나 관세를 높이면 자국 내 물가 상승이란 내상을 견뎌내야 하는데 이것도 미국이 유리한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이 아니더라도 세계시장에서 값싼 물건을 수입할 곳이 널려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산 원유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싶지만 자국 내 에너지 수급과 물가인상이 더 걱정스럽다. 심지어 미국은 여차하면 미국산 곡물 수출을 아예 금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경제상황을 대변하는 주식시장도 미국은 대호황 상승세를 지켜내고 있지만, 중국은 코피가 터졌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중국은 괜히 미국의 위기감과 경계심만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대세다. 중국 내에서도 후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분수를 모르고 우쭐대다 화를 자초했다”는 자성론이다. 당장 굴욕적이더라도 미국에 항복, 무역전쟁을 끝내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자탄도 있다. ‘중국은 미국을 이미 추월했다’는 논거를 편 중국 내 최고의 관변 학자인 칭화대의 후안강(胡鞍鋼) 교수는 동문 졸업생으로부터 교수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공격까지 받고 있다. 초등생 수준의 산수로 ‘오국오민(誤國誤民·국가와 국민을 오도)’ 했다고 조롱당했다.

미국과 중국이란 극강의 대결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지는 21세기의 화두가 돼 왔다. 500년 서구가 지배해 온 시대를 넘어 중국이 다가올 세대의 주인공(니얼 퍼그슨)이라는 주장이 있다.

당연히 반론도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지도국으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그 역할을 이어갈 것(조지프 나이)이라는 관측이다. 사실 미국의 특징인 시민사회, 민주적 창의성, 소프트파워는 중국이 따라잡기에는 아직 요원한 영역이다.

대신 중국은 여전히 거칠다. 소프트하지 못하다. 사드 보복에서도 느꼈듯이 대국에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구석이 있다. 그들은 베이징 한복판 한국 기업의 간판을 폭력적으로 끌어내린다. 중국 어선은 불법조업으로 동·서해안을 싹쓸이한다. 외국 게임업체의 200개 상품 출시를 인가해주면서도 한국 제품은 일절 불허한다. 중국의 ‘코피’에 은근히 고소해하는 이유다.

물론 현실은 웃고만 있을 수 없다. 한국 경제가 중국과 함께 왕따당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대국 중국을 옆에 낀 우리의 숙명이랄까. 중국이 굴기니, 일대일로(一帶一路)니, 중화사상이니 뭐니 하면서 기고만장하지 않아야 다음 세기의 초강대국 자격이 기다릴 것이다. 트럼프에 맞서기에는 아직 중국과 시진핑은 약해 보인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이번에는 중국이 양보해야 할 형국이다. 영화처럼 당장 필자의 중국 펀드도 ‘해피엔딩’, 올라야 할 것 아닌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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