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불쌍해서 결혼하면?

  • 윤철희
  • |
  • 입력 2018-08-16 07:55  |  수정 2018-09-21 14:14  |  발행일 2018-08-16 제21면
불쌍·연민 심정으로 결혼하면
상대에 무의식적 보상심리 작동
‘받고싶은’ 내 문제에서 갈등시작
나를 고치는게 가장 빠른 해결책
20180816

올해 결혼 10년차인 워킹맘 A씨(40)와 친해진 뒤 그의 남편과 시댁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A씨는 “남편이 불쌍해서 결혼해줬는데 이럴 수 있느냐”며 남편에 대한 불만과 푸념을 쏟아냈다. 남편의 흠과 시댁의 흉을 스스럼없이 까발리는(?) A씨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내용이 다소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사례에다 재미까지 쏠쏠했다. A씨는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고 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현재 남편을 구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혼 동기를 설명하는 A씨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은 했으나 그의 감정에 동조하기가 참 어려웠다.

또 한 사례가 있었다. 3년 전 상담했던 주부 B씨(37)는 당시 남편과 별거 중이었다. 2010년대 초 사내커플로 연애하다 결혼했고 아들을 하나 둔 상태였다. 상담 내내 B씨는 “키도 작고 집안도 볼품없는 남편한테 나 아니면 누가 시집오겠나. 결혼해주었더니 고마움을 모른다”는 식의 발언을 쉽게 했었다. B씨는 이혼을 심각히 고려할 정도로 남편에 대한 불만이 깊었다. B씨는 남편뿐만 아니라 시댁과의 관계도 상당히 틀어져 있었다. B씨 부부는 서로한테 “인간 안 된 놈, 내가 거둬주었더니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는 불만과 실제 고마움이 있더라도 “내가 언제 당신한테 구제해달라고 했나”라는 부정이 뒤엉키면서 회복할 수 없는 관계로 치닫고 있었다.

그때 당시 필자는 B씨에게 결혼은 연민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결혼해서 실제 살다 보면 “이제 너도 나를 구제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보상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또 내면에는 상대 배우자가 (결혼하고 나서) 구제해준 만큼 보상해주지 않았을 때 “내가 지금껏 그만큼 해 줬는데 왜 나한테는 안 해 줘”라는 미묘한 심리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아! 나한테 안 줘서 속상한 게 아니라, 받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렇구나. 결국 내 문제구나”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간관계에서 어떤 대상에 대해 불쌍하고 연민이 느껴질 때 희한하게 그 마음에 동조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상대방의 마음과 자기 자신의 마음이 같아서 그럴 수 있다. 그 사람의 마음에 흐르고 있는 정서와 자기 내면에 흐르고 있는 정서도 같을 수 있다. 지금껏 충분히 구제받지 못한 자신의 마음과 정서가 있어 왔다면 구제받아야 할 상대방에게 자기의 마음과 정서를 투사하여 구제해줌으로써 자기 스스로 구제를 받았다는 무의식적 보상심리가 작용한다. 이것은 단지 보상심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제받은 상대방이 나중에 자신을 구제해 주겠지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만약 그 상대방이 자신을 구제해 주지 않았을 때 지금껏 구제해 준 것에 대해 반대급부로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심각한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그래서 연애결혼을 하든 중매결혼을 하든, 상대방이 불쌍해서 구제해준다는 식으로 결혼해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결혼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랑이 아니다. 자기가 (사랑을) 받지 못한 만큼 받고자 하는 목적과 의도에서 결혼을 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의외로 이런 식으로 결혼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터무니없는 주관적인 감정에 따라 결혼하면 나중에 결혼 생활 내내 후유증을 안고 살게 된다.

만약 이런 식으로 결혼을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더군다나 아이까지 생기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 바로 배우자가 어떻게 보상을 해주지 않느냐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알고 고쳐 나가야 한다. 그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배우자가 보상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 왜 내가 불편하고 억울할까. 억울함, 불편함, 갈등의 깊이만큼 그 사람에게서 구제받고자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쩜 상대 배우자에게 더 큰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더 힘들어하지 않고 더 괴로워하지 않고 자신부터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빠른 해법에 이르는 길일 수 있다.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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