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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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7   |  발행일 2018-08-17 제5면   |  수정 2018-08-17
“국회의원 내쫓는 권한 내겐 없어…공천 통한 인적청산이 바람직”
20180817
17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이 지난 13일 국회 한국당 비대위원장실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의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공천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몰락과 연이은 선거 패배로 난파선이 된 자유한국당에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이 올라 방향키를 잡은 지 17일로 한 달을 맞는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 한 달에 대한 정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국당의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한 초석을 다진 기간이었다는 긍정론이 있는 반면, 눈에 확 띄는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는 부정론도 만만찮다. 학자 출신 비대위원장의 한계론을 제기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정치학계의 거두(巨頭)로서 노무현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맡았던 관록을 서서히 발휘 중이란 견해도 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 자신은 어떻게 자평할까. 지난 13일 국회 한국당 비대위원장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구조선의 키를 잡은 생각을 담담히 피력했다.

▶한국당의 현주소는 뭐던가요. 활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는지요.

“애초에 활로가 없다고 생각하면 안 맡았겠죠. 낮은 가능성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결코 버리거나 포기하거나 해선 안 된다 그런 생각으로 들어왔어요. 와서 본 것도 비슷하더군요. 특별히 가능성이 더 높다거나 낮다고 하기보단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당을 살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더 커졌어요.”

▶처음엔 인적청산 쪽에 무게를 실었는데, 지금은 한국당의 가치정립을 앞세우는 것 같은데요.

“위원장을 맡기 전 인적청산 이야기가 한참 나올 때도 저는 인적청산이 문제가 아니라 이 당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 좌표를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고 했어요. 제가 말하는 ‘기치’ ‘깃발’이라는 건 그런 부분들을 분명히 하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당에 들어와서도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인적청산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는데, 국회의원을 내쫓는 권한이라면 저한텐 그런 권한이 없어요. 그런 일은 공천 때나 하는 거고, 할 수 있다면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하는 정도 아닌가요? 하지만 그것조차도 내가 와서 그런 작업을 먼저 하려고 덤비면 당내 갈등만 증폭되겠죠. 저는 이 당의 근본적인 생각이라든가, 문화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보는데 (인적청산에 매달리면) 그런 일은 물 건너 가버리게 되는 거죠.”


전권받아 치면 김병준 계파 생겨
악순환 반복땐 당내 갈등만 커져
黨좌표 설정되면 떠날 사람 떠나

시스템 바꾸고 가치정립 더 급해
한국당 매력적인 黨으로 변하면
자연스럽게 중도보수대연합 가능



▶그럼 인위적인 인적청산은 없는 건가요.

“한국당의 좌표가 설정되면 ‘나는 이 당하고 같이 못있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올 겁니다. 원외 당협위원장 중엔 ‘만약 그런 방향으로 가면 나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렇게 정리가 되든지, 아니면 당의 다수 구성원이 ‘저분은 우리하고 안 맞는 거 아니냐’ 그럴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불가역적인 공천제도를 다듬어서 공천 때 새로운 인재들이 많이 들어오게 만드는 거죠. 그런 식으로 가야 되는 거지, 지금 인적청산하겠다고 있지도 않은, 잘 들지도 않은 칼을 높이 들어서 뭐가 남겠습니까. 오히려 기본을 먼저 단단히 하는 것이 낫다는 거죠. 사실은 그래서 제가 그런 논쟁을 일으키는 거예요. 시장과 국가의 관계에 있어서 과연 국가가 어디까지 역할을 할 것인가, 이런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거죠.”

▶원외 당협위원장이 말했다는 ‘그런 방향’이란 구체적으로 뭘 의미합니까.

“아직은 당 소속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당원들과 지속적으로 이야길 해야겠지만 예를 들어서 ‘우리가 탈국가주의에 자율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정당으로 간다’ 이렇게 하는데, ‘나는 뭐 그렇게 안 본다’ 하면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겠죠.”

▶그 방향으로 가치정립을 하는 과정에서 바른미래당과 의기투합하면 중도보수대연합도 가능할까요.

“인위적으로 협의하거나 통합을 논의하는 건 부자연스럽죠. 일단은 한국당을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고, 그 다음에 우리당이 매력적인 정당이 되든지 아니면 바른미래당이 상당히 많은 변화를 해서 매력적인 포인트가 생기면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게 되겠죠. 그런 변화없이 세를 키워서 그럴듯하게 보이는 방식은 이제 국민에게 통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이런 부분들을 다져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거죠. 국민 입장에서 보면 아무 일도 안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가자마자 드라마틱하게 어떤 사람 내쫓고 하면 뭔가 일어나는 것 같은데…. 문화를 바꾸고 시스템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잘 안 보이는 거죠. 그러니까 조급하신 분들은 한 달 가까이 됐는데 잘려나간 사람도 없으니 변화가 없는 게 아닌가, 질책하고 그런 부분들이 힘들어요.”

▶가치정립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당이 이 지경이 된 데 대해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의 인적청산을 말한다면, 지금 우리가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를 외부에 맡겼습니다. 외부 연구기관에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일단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게 순서죠.”

▶평가 결과가 인적청산의 한 명분이 될 수 있겠군요.

“인적청산이란 표현보다는 책임을 묻기 위한 하나의 근거자료가 될 수는 있겠죠. 그 책임의 정도에 대해선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

▶결국 정치는 사람인데, 비대위 체제 이후에도 한국당의 깃발을 들 생각은 없는지요. 가령 대권 도전 같은….

“일단 제가 대권에 도전하는 건 생각도 안 합니다. 김병준이 전권을 부여받아서 그날부터 칼을 내리치면 또 다른 김병준 계파가 생길 수도 있겠죠. 그렇게 악순환이 되면 안됩니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천제도나 이런 걸 통해서 젊은 세대와 새로운 인물들이 새로운 공천제도에 의해서 (차세대에 맞는) 인력풀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게 맞죠.”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때 지역별로 잣대가 다를 수도 있나요. 가령 전임 정권의 기반이 됐던 대구·경북에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수도 있는지.

“지금은 명확한 기준을 설정했다거나 아니면 잣대를 만든 게 전혀 없습니다. 공천 제도를 만드는 소위원회가 있어요. 거기서 어떻게든 그에 관련된 논의를 하고 결론을 낼 겁니다.”

▶한국당이 이 지경이 된 데 대해 대구·경북 정치인들은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까요.

“여기저기서 지역여론을 들어보면 별 말이 다 나옵디다. 특정인물·집단 때문이란 분도 있고, 다른 요인이 있다는 분들도 있고…. 어쨌든 종합적인 평가를 의원들에게도 묻고 있어요. 당이 뭘 잘못했는지, 뭘 고쳐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가야 되는지 며칠 전에 결과를 받았어요. 당협위원장한테도 받을 거고 낙선자들로부터도 받고 있고, 다 종합할 겁니다.” 대담=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정리·사진=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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