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대구경북 무명 여성독립운동가

  • 박진관
  • |
  • 입력 2018-08-17   |  발행일 2018-08-17 제22면   |  수정 2018-08-17
[미디어 핫 토픽] 대구경북 무명 여성독립운동가

임청각 종부 허은 여사가 ‘의사(義士)’가 됐다. 만시지탄이나 정부는 지난 광복절 허 의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허 의사는 독립운동가 허발의 딸로, 구한말 13도 창의대장 왕산 허위가 재종조부다. 또 고모는 허길 여사로 저항시인 이육사가 그의 사촌이다.

허 의사는 1915년 8세 때 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망명, 16세 때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역임한 석주 이상룡 선생의 손자인 이병화와 결혼했다. 남편과 시부 이준형 역시 독립투사다. 그의 만주시절 회고록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엔 “항일투사 집안에서 태어나 항일투사 집으로 시집간 것도 다 운명”인데 “조국의 운명이 순탄했으면 그리 되었겠는가”라고 쓰여있다.

2007년 ‘안동에서 하얼빈으로, 만주로 간 항일명문가’를 취재하면서 느낀 건 ‘항일집안의 역사가 곧 항일운동사’라는 사실이었다. 안동을 비롯한 경북지역 혁신유림은 서로 혼맥으로 엮어 독립투쟁의 힘을 배가시켰다.

일제강점기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여성독립운동가는 많다. 하지만 허 의사처럼 남편과 시댁 식구의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해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은 건 또다른 의미가 있다. 현재 정부가 집계한 독립유공자는 총 1만4천800여 명이다. 이 중 여성은 299명으로 2%에 불과하다. 대구경북 출신은 이번 허 의사를 포함해 13명(김락·김봉식·남자현·민영숙·신분금·유인경·윤악이·이병희·이효정·이희경·임봉선·전월순)인데, 허 의사의 경우를 대비하면 훨씬 늘어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해동·박순부·김경모·김우락 여사, 왕산의 부인 평산신씨, 독립지사 배재형의 아내 김씨부인 역시 뺄 수 없는 인물이다. 6명 모두 남편 또는 시댁식구를 따라 만주로 가 독립운동가들을 먹이고 입힌 공통점이 있다. 이해동 여사는 만주벌 호랑이 독립운동가 일송 김동삼 선생의 맏며느리다. 6세 때 독립운동가였던 조부모, 부모, 숙부 등을 따라 만주로 망명,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했다. 그의 수기 ‘만주생활 77년’에는 “하루에도 몇번이고 죽고 싶으나 시어머니와 어린 자식을 두고 그럴 수 없어 오늘도 바가지를 들고 동냥에 나선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다.

박 여사는 일송의 부인이며 김경모 여사는 독립운동가 이원일의 부인이자 이해동의 어머니다. 김우락 여사는 석주의 부인으로 동생 김락과 오빠 백하 김대락 역시 독립유공자다. 김씨부인은 남편을 뒷바라지하다 병으로 운명하자 단식절명했다. 이밖에 대구지역 기생출신 염농산과 현계옥, 정칠성 그리고 영천출신의 요절 문학가 백신애와 의부 권성 등이 있다.

박진관 뉴미디어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