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문에” 車·철강·LCD·태양광 울고, 섬유는 웃는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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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8 07:47  |  수정 2018-08-18 07:47  |  발행일 2018-08-18 제13면
■ 2018 하반기 산업별 경기 전망
중국산보다 가성비·트렌드 약한 완성차
中 등 세계적 수요 하락세 지속되는 철강
핵심제품 80% 中 수출하던 태양광 분야
최대시장 수요 위축 세계 설치량 9% 감소
中환경규제 강화에 화학섬유 그나마 수혜
“중국 때문에” 車·철강·LCD·태양광 울고, 섬유는 웃는다

올 하반기 산업별 경기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에 이어 자동차·철강·LCD·태양광 업종의 부진이 예상된다. 다만 부진이 지속되던 섬유는 판매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졌다. 은행은 각종 대출금리 규제 강화 및 금리상승 여파로 순이자 마진 증가폭이 줄어들 공산이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8년 하반기 산업별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 섬유 반등, 태양광은 글로벌 수요 하락

먼저 국내 자동차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완성차업계는 외형적 성장 둔화와 수익성 훼손을 겪고 있는 탓에 단기적으론 생산 축소, 재고 소진에 치중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기아차 등이 실적 부진을 겪는 근본 원인은 트렌드에 맞지 않는 제품 라인업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성 때문으로 연구소측은 분석했다.

중국산 제품 대비 가성비가 약하고, 인기 세그먼트(차량 크기)인 SUV 라인업이 없다는 것이다. 뒤늦게 현대차 등이 SUV중심 라인업 확대와 가격·연비 등을 개선한 신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속적 신차 출시에 따른 가동률 개선효과는 볼 수 있지만, 큰 폭의 할인으로 인해 수익성은 전년 수준으로 될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현대차의 북경 법인인 북경 현대측은 중국에서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1천만원까지 할인하는 상황이다.

섬유는 중국 내 공급 차질로 우리나라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 탓에 폴리에스테르·나일론 등 화학섬유공장의 노후 설비가 폐쇄되고 있다. 아울러 석탄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는 추세여서 생산원가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중국 화섬의 제조원가가 현재 국내제품 대비 55%에서 앞으로 70~8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화학섬유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좋아져 수출에 활기를 띨 것으로 여겨진다. 연구소는 하반기 때 국내 화섬 내수는 전년 동기대비 5%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수출은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디스플레이부문에선 중국발 여파로 LCD패널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요 자체가 부진한 데다 LCD패널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현재 건설 중인 중국업체들의 LCD공장은 월 31만5천장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G디스플레이 글로벌 생산량의 42% 수준이다. 이들 공장 중 일부는 이미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공급과잉이 심화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LCD를 포기했다. LG 역시 신규 투자 대부분을 OLED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OLED TV 판매는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전체 TV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낮아 손익분기점 도달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또한 올해부터 2020년 사이 중국에서 완공되는 OLED 공장들이 물량 출하를 시작하면 패널가격 하락세는 가시화될 수 있다.

철강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 증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당국이 산업의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투자 감소에 따른 수요 둔화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강관처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남북경협 이슈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존재하지만, 단기간 내 실수요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연구소측은 관측했다.

태양광 분야도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세계 설치량의 9% 정도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산업 비중이 큰 국내 시장의 충격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태양광산업 핵심 제품인 폴리실리콘의 80%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재고 조정, 보수적 구매정책 등으로 폴리실리콘·웨이퍼 등 주요 태양광 제품 가격의 하락이 불가피하다.

◆ 은행 수익성 둔화, 방카슈랑스 시장 위축

은행은 하반기 대출금리 규제 강화 등으로 NIM(순이자 마진) 개선 효과는 약화되는 반면 리스크 부담은 확대될 전망이다.

당장 하반기부터 은행권에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를 본격 도입해야 한다.

이럴 경우 대출 가산금리 체계 규제에 따른 가격결정권이 약화되고 구조적 이익률 개선이 완만해진다. 대손비용률이 상승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한 은행들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최저 한도(90~95%) 상향 조정,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 규제 등 강화된 유동성 관련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정기예금 중심의 자금을 유치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예금이 늘면 고객에 대한 이자 지급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적은 조달 비용으로 예대마진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은행의 예대율 규제는 2020년으로 적용시점이 늦춰졌지만 선제적으로 정기예금 유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출을 늘리려면 미리 예금자산을 부지런히 확보해둘 필요가 있어서다.

생명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 17 시행(2021년 도입)을 대비,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 보험 강화 쪽으로 영업전략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리스크에 대한 관리 부담이 큰 저축성보험보다는 마진율이 좋은 보장성 보험 판매를 확대할 것으로 보는 것. 자연히 보험료 규모가 큰 저축성 보험영업이 위축되면 수입보험료 성장세는 당분간 감소세가 지속돼 방카슈랑스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반기 보장성 보험은 중저가 건강보험 위주로, 저축성 보험은 자본규제의 영향력이 적은 변액보험(주식 및 채권 투자) 위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추가 금리 상승과 자본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RPC(보험금 지급 여력비율)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7% 수준으로 제한되면서 기업 대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올 4분기부터 4~10등급 차주에게 70% 이상 공급하는 중금리(16.5%이하) 대출이 총량 규제에서 제외돼 가계대출 증가율에 큰 지장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20% 이상 고금리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 강화로 수익성 둔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점쳐졌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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