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면·시대를 투영한 괴물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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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8   |  발행일 2018-08-18 제20면   |  수정 2018-08-18
인간의 내면·시대를 투영한 괴물
우리 괴물을 말해요//이유리·정예은 지음/ 제철소/ 292쪽/ 1만6천원

흥미진진하다. 대중문화 속 ‘괴물’을 읽는 즐거움이 꽤 쏠쏠하다. 대학에서 서사창작을 전공한 젊은 작가 두 명이 ‘괴물’이라는 소재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작가들은 괴물을 ‘인간의 내면이자 시대의 내면이 투영된 존재’라고 정의한다.

책에는 뱀파이어, 좀비, 기생수 등 우리에게 친숙한 괴물부터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이 등장한다. 작가들은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을 감았다가, 이내 실눈을 뜨고 다시금 화면을 바라보는 이유’에 대해 “괴물이 우리와 서로 닮았기 때문”이라며 “괴물이 우리를 두렵게 하는 까닭을 아는 일은 우리에 대해 아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책은 8개의 챕터로 구성됐다. 불멸하는 매혹자, 살아남기 위해 갇힌 사람들, 증식하는 팜므 파탈, 알파포식자의 재림, 오염된 괴물로부터의 메시지,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더욱 강해져 돌아온 자본가, 괴물의 배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라는 제목 아래 다양한 괴물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영화, TV 드라마, 만화, 소설 등에 나오는 괴물이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해부된다. 예를 들면 작가들은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를 분석하면서 “사람들은 좀비와 싸우는 동시에 자신과도 싸운다. ‘워킹데드’는 살아가는 것이 곧 투쟁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또 ‘기생수’ ‘토미에’ 같은 만화를 통해 대중문화가 소비하는 괴물의 유형을 살펴보고, ‘드라큘라’ ‘블러드차일드’를 함께 읽으며 괴물이 상징하는 의미를 되짚어본다. 윤태호 작가의 만화 ‘YAHOO’와 TV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선 점점 병들어가는 한국 사회의 폐부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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