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발명가의 4가지 사상을 알아야 현대를 안다”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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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8   |  발행일 2018-08-18 제20면   |  수정 2018-08-18
사상은 현대세계 구축한 결정적 요인
수많은 사람의 삶에 절대적 영향 끼친
마르크스 등 美 초기 민주주의자 사상
자유·평등·진화·민주주의에 집중해야
“현대 발명가의 4가지 사상을 알아야 현대를 안다”
“현대 발명가의 4가지 사상을 알아야 현대를 안다”
현대의 탄생//스콧 L. 몽고메리·대니얼 치롯 지음/ 박중서 옮김/ 책세상/ 732쪽/ 3만6천원

‘군대의 침공에는 저항할 수 있어도, 사상의 침공에는 저항할 수 없다.’

본문의 첫머리에 놓인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이런 ‘사상’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지성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지성사 서술에서 사상의 중요성이란 새삼스러울 것 없지만 이 책은 조금 더 나아간다. 사상이야말로 이 세계를 구축한 수많은 결정과 행동의 원천이며, 현실을 창조한 결정적 요인이자 역사의 동력이라는 것이다. 그 사상은 처음 등장할 때는 지나치게 독창적이거나 대담하여 거부당하기 일쑤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현실을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세계를 만든 사상은 무엇인가? ‘현대의 탄생’은 그 핵심 사상의 역사를 추적한다. 정치, 경제, 과학, 종교의 영역에서 20세기를 주조했고 21세기에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네 가지 결정적 아이디어를 다룬다. 이 책에 따르면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찰스 다윈, 토머스 제퍼슨과 알렉산더 해밀턴으로 대표되는 미국 초기 민주주의자들이 바로 현대성과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상의 주인공들이다. 곧 자유, 평등, 진화, 민주주의라는 네 가지 핵심 사상이 현대 세계의 모습을 만들었다.

스미스를 언급하지 않고 현대 경제학의 출현과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야기할 수 없다. 마르크스는 이 시스템의 전복을 추구하는 혁명의 영감이 된 사상을 펼쳤다. 다윈은 자연과 인간을 재정의하는 가운데 세속적 의미의 인간 역사를 가능하게 했으며, 미국의 건설 방식을 놓고 벌인 제퍼슨과 해밀턴의 논쟁은 현대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공화국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은 현대의 ‘발명가’다. 이들의 사상은 18세기 후반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쳐왔다. 그 추종자와 적들의 사상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현대성’을 이해하려면, 첨예한 갈등이 분출하고 있는 오늘날의 글로벌 사회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이들의 사상을 이해해야 한다. 네 가지 핵심 사상에 집중하면서도 그 원천과 계보와 영향력을 포괄함으로써 깊이와 폭을 갖춘, 그리고 사상의 공과에 공정하게 접근한 이 지성사가 그 길을 안내한다.

이 책이 선택한 현대의 발명가들은 모두 계몽주의의 후예다. 17~18세기에 탄생과 초기 성숙을 거쳐 19세기에 팽창한 계몽주의는 인간과 사회에 관한 근본 개념을 바꾼 ‘현대’의 사상이었다. 옹호자와 반대자의 대결을 통해 현대를 주조한 사상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는데, 다르게 표현하면 계몽주의 대 반계몽주의, 계몽주의와 그 적들의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에 따르면 반계몽주의는 계몽주의의 승리에 따른 불가피한 반응이었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계몽주의적 사고의 산물이라면, 전체주의적 공산주의와 파시즘, 그리고 종교적 극단주의에 의한 반동 역시 계몽주의적 사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성과 자유의 옹호에서 출발한 계몽주의는 검증과 확장과 거부의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주의적 자유, 경제적 자결권, 개인의 자유와 평등, 종교적 관용, 공산주의, 내셔널리즘, 종교 근본주의, 폭력혁명의 사상 등을 아우르게 되었다.

현대를 만든 네 가지 핵심 사상에 더해, 이 사상들의 공통 지반이라 할 계몽주의와 맞서 싸우려고 봉기한 핵심 사상들을 같이 다룬다. 반계몽주의의 다양한 반동은 19세기 동안 자라나 20세기 초에 ‘파시즘’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종교적 반동이 두드러지는데, 이 책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에 주목한다. 두 종교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까지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리며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경전에 대한 문자적 해석, 단 하나의 믿음에 대한 추종과 다른 모든 믿음의 가치에 대한 부정 등을 특성으로 하는 근본주의나 파시즘의 사상이 증식하는 것은 단순히 비합리적인 감정의 산물을 넘어 많은 이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우리가 싫어할 수 있는 사상들 역시 ‘진짜’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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