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남북 통 큰 합의 기대한다

  • 김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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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8   |  발행일 2018-08-18 제23면   |  수정 2018-09-21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금강산 상봉행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상봉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으로 2015년 10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20일부터 5박6일간 열리는 상봉행사에는 남한에서 93명, 북한에서 88명이 참여한다.

모처럼 어렵게 상봉이 재개됐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산가족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지난달 기준 남한에 생존한 이산가족 5만7천여명 가운데 이번 상봉행사에 초대받은 사람이 고작 93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은 텔레비전을 지켜보며 이산의 한을 달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역에서도 3천여명의 생존자 중 겨우 대구 2명, 경북 4명만 행운을 얻었다. 1988년부터 이산가족으로 등록한 사람이 13만2천여명에 이르지만 2000년 이후 15년간 실행된 20차례의 상봉행사로 직접 만난 인원은 남북 양측에서 4천185가족, 1만9천928명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시간이 이들을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등록 이산가족 중 이미 7만5천여명이 사망했고 이제 5만7천여명만 남았다. 특히 이산가족 1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의 연령을 보면 80세 이상이 63%에 달한다. 한번에 100명씩 만나는 일회성 행사로 이들의 한을 모두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산가족 상봉은 수많은 남북 현안 가운데서도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다. 더 이상 남북관계에 따라 한 번 만나고 헤어지는 생색내기용 정치적 이벤트가 돼서는 안 된다. 사상과 이념을 뛰어넘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마땅하고, 경제·문화·예술·체육 교류보다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상봉 규모 확대가 절실하다. 더 늦기 전에 상봉을 정례화하고 상설 면회소 설치도 서둘러야 한다. 직접 만나는 데 한계가 있다면 화상상봉·서신교환 재개만이라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의 아픔은 누구보다도 이산가족인 문재인 대통령이 잘 알 것이다. 더구나 이산가족 전원 상봉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지난해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상봉 정례화를 포함시킨 바 있다. 마침 내달에 3차 남북정상회담도 예정된 만큼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줄 통 큰 합의가 나오길 기대한다. 가장 큰 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화해의 첫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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