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호박씨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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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8   |  발행일 2018-08-18 제23면   |  수정 2018-08-18

말복이 지나면서 지독했던 폭염이 숙지는 모양새다. 여름의 존재가치를 높여주는 요소는 많지만 시원한 바다와 맛있는 과일을 빼놓을 수 없다. 모기와 폭염은 그 혜택의 반대급부쯤으로 감내해야 한다. 복숭아·포도·자두·살구도 좋지만 더위에는 역시 수박이 제격이다. 수박씨를 오도독오도독 씹어 먹는 나는 평소 지인에게 주의를 듣곤 한다. 수박씨뿐 아니라 호박씨 등 열매 식물의 씨앗을 즐겨 먹는 습성 때문이다. ‘모든 씨앗은 종족보존을 위해 다른 동물이 기피하도록 독소를 지니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왜 엉터리 상식으로 몸을 망치는 무모한 짓을 하느냐는 지적이다.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100% 맞는 상식은 아니라는 게 나의 반론이다. 씨앗에는 우리의 일반적인 섭생으로는 섭취하기 어려운 귀중한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다. 씨앗에는 독소도 좀 들어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필수 희귀 영양소도 많으니 안 먹는 것보다는 먹는 게 더 낫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최근 칠성시장 견과류 가게에서 호박씨를 여러 뭉치 사왔다. 크게 비싸지도 않고 멸치볶음 요리할 때 같이 첨가해 먹거나 살짝 볶아서 술안주로 활용하는 등 용도가 다양하다. 그런데 찾아보니 이 작은 호박씨가 슈퍼 푸드에 속한다. ‘뒤로 호박씨 깐다’는 속담 등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비타민 K·인·망간·마그네슘·철분·아연·구리 등 각종 영양소의 보고다. 비타민 E를 비롯한 항산화제도 풍부해 암 위험을 줄여주며, 전립선·방광·심장을 건강하게 한다는 게 의료진의 연구 결과다. 뒤로 호박씨를 자주 까야 하는 믿을 만한 근거다.

수박씨에도 비슷한 영양소가 많은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먹지 말아야 할 씨앗도 있다. 사과씨에는 청산가리 독극물 성분인 시안이 들어있기 때문에 절대로 먹지 말아야 한다. 참외씨도 배설을 촉진하므로 삼가는 게 좋다. 나는 이전에 한동안 완전식을 한다며 사과 껍질은 물론, 사과 씨앗까지 먹었다.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자주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과씨의 독소 때문에 뇌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순전히 나의 얕은 상식에 불과하지만…. 어쨌거나 호박씨와 같은 좋은 씨앗은 즐겨 먹는 게 좋다. ‘홍익인간’으로서 이런 좋은 정보는 주변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나는 호박씨 홍보에 열심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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