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불판같은 백사장…올여름 장사 망쳤다” 울상

  • 김기태,남두백,원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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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0 07:30  |  수정 2018-08-20 09:11  |  발행일 2018-08-20 제9면
■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 르포
유례없는 폭염에 피서객 급감
숙박업 등 매출 20∼50% 줄어
폭염 누그러지자 폐장일 눈앞
20180820
19일 오후 1시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데도 백사장이 썰렁할 정도로 해수욕장을 찾은 시민과 피서객이 적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19일 오후 1시쯤 경북 동해안 ‘피서1번지’인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여름 막바지, 기온이 30℃를 넘어섰다. 늦더위로 외지 피서객과 시민들이 붐빌 법도 하다. 그러나 해수욕장엔 극히 소수의 사람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은 “7월 말~8월 초 여름 반짝 특수를 기대했지만, 이번 여름엔 백사장을 밟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다. 유례없는 폭염에 장사를 완전히 망쳤다”고 울상을 지었다. 포항 북구 흥해읍 오도해수욕장 인근의 한 펜션 사장은 “장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최악의 여름을 보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객실이 가득찼는데, 올해는 빈 객실이 자주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찾은 영덕 대진해수욕장도 예년보다 크게 썰렁한 분위기였다. 대진해수욕장 운영위원회는 “폭염·장마 때문에 지난해보다 피서객이 확연히 줄었다”면서 “매출이 예년 대비 3분의 1 줄었다”고 밝혔다.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이 ‘2018년 여름 쇼크’에 빠졌다. 끝을 알 수 없는 긴 폭염에 피서객이 찾아오지 않아 사실상 ‘개장 휴업’ 신세였다. 이젠 폭염이 다소 누그러지니 폐장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19일 포항시에 따르면 올 여름 구룡포·도구해수욕장엔 지난해 수준의 피서객이 찾아 왔지만 칠포·월포·화진해수욕장은 눈에 띄게 줄었다. 전국구 해수욕장인 영일대해수욕장도 표면적으론 늘었지만 불빛축제 참여인원을 감안한 것이어서 실상은 된서리를 맞은 수준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올 여름 너무 더웠다. 시민과 피서객이 뜨거운 햇볕을 피해서 외출을 삼가거나 냉방시설이 있는 영화관·대형마트 등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여기에다 경기 한파가 불어닥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숙박업소 관계자는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줄었다. 국제불빛축제가 영일대에서 열렸는데도 불구, 예년에 비해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울진지역에서도 오랜 폭염 끝 최근 며칠 간 기온이 내려갔지만 이미 휴가철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어서 상인들의 표정이 여전히 어둡다. 망양해수욕장에서 해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2)는 “21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이렇게 장사가 안되기는 처음이다.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살인적 폭염으로 모래사장에 발을 디디기도 힘들 정도인데 누가 오겠느냐”고 말했다.

울진군 관계자는 “올 여름 관광객 감소는 울진지역의 척박한 교통 여건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덕지역 해수욕장 관계자도 “통상 인파가 몰리는 주말에도 비가 오고 파도가 높아져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영덕군 관계자도 “폭염 때문에 바닷가 등 무더운 야외보다 시원한 곳을 찾는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면서 “새로 뚫린 고속도로의 영향도 컸다”고 분석했다.

김기태·남두백·원형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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