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삼신할미의 인지기능 점지능력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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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0 07:54  |  수정 2018-09-21 15:06  |  발행일 2018-08-20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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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휴가철에 주문진 한 방파제에서는 선남선녀들이 인증샷을 찍는 것이 유행이라 합니다. 그곳은 2017년 겨울, 인기를 끌었던 ‘도깨비’란 드라마에서 주인공 남녀가 꽃을 주고받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라 합니다. 이름 없는 주문진 방파제를 유명 관광지로 만든 드라마 ‘도깨비’는 도깨비 설화를 적당히 각색하여 재미있는 사랑이야기로 만들었는데, 그중 흥미로운 등장인물이 바로 삼신할미입니다.

그런데 이 삼신할미는 우리의 상상을 완전히 깨고 아주 젊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 파격적인 삼신할미는 주인공을 세상에 점지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면서 드라마를 끌어갑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설화에 삼신할미가 있듯 그리스신화에도 삼신할미 역할을 하는 여신이 있습니다. 클로토(Klotho)라는 여신인데,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여신입니다. 클로토는 인간의 생명을 관장하는 실을 관리하는 여신이라 합니다. 우리 몸에는 우리의 수명을 조절해주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 운명의 여신 이름을 따서 ‘KLOTHO 유전자(KL-VS)’라 부릅니다.

최근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육체의 노화는 물론 뇌 기능의 노화에도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71세 이상의 미국인 약 14%가 치매 증상을 앓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80대가 되면 치매를 앓을 위험은 두 배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연구자는 장수에 관련된 유전자가 뇌의 인지기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인간 수명을 조절한다고 알려진 KLOTHO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단순히 수명이 늘어나는 것 외에도 사고능력, 학습능력, 기억력과 같은 뇌의 인지기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레나트 무케 교수 연구진은 KLOTHO 유전자가 발현하는 단백질이 뇌의 기능에 관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해 KLOTHO 단백질을 많이 생성하는 쥐를 만들어 다양한 학습능력과 기억력 테스트를 수행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이 쥐들은 정상쥐에 비해 2배 높은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구자들은 KLOTHO 단백질이 뇌 속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여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높여준 것이라 설명합니다. 이 연구는 향후 장수에 관련된 유전자와 그 유전자가 발현하는 단백질들이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뇌의 기능도 저하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기능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발견입니다. 따라서 향후 장수하면서도 치매와 같은 뇌 건강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약물 개발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이런 약물을 안전하게 사용하기에 앞서 반드시 과학적으로 확인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KLOTHO 유전자를 가지지 못한 사람보다 KLOTHO 유전자가 있는 사람이 더 오래 사는 것은 사실이나, 놀라운 것은 KLOTHOS 유전자를 가진 사람 중에도 KLOTHO 유전자를 두 배 더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수명이 더 짧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동물실험에서 KLOTHO 단백질을 많이 만드는 것이 인지기능을 향상시킨 것은 중요한 발견이지만, 수명 연장에 대한 효과는 좀 더 면밀하게 검증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KLOTHO 유전자 및 단백질 연구를 통해 상상력을 발휘해보자면, 클로토 여신은 단순히 사람의 수명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인지능력도 함께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설화 속 삼신할미도 우리를 세상에 점지해주는 일 외에도 곁에서 우리가 지혜로운 삶을 살도록 지켜주고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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