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예능 시청률‘고전’…지상파, 시사교양·다큐로 ‘승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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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0   |  발행일 2018-08-20 제23면   |  수정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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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과 케이블에 드라마·예능의 주도권을 뺏긴 지상파가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MBC PD수첩의 ‘거장의 민낯,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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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김영철의 동네한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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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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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모바일 전용 뉴스 콘텐츠 ‘14F’ 기자 간담회 모습

지상파가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드라마와 예능의 주도권이 종편과 케이블로 넘어간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시사교양 프로그램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미 고정 시청층을 확보한 몇몇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예능과 드라마를 앞지른 상태다. 특히 올해 초 재정비한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상파 시사교양, 드라마와 예능을 추월하다

‘드라마 왕국’으로 불리던 MBC를 포함해 지상파 드라마의 아성이 무너진 지는 오래다. 일부 주말극이나 일일극을 제외하면 시청률 10%를 넘는 드라마를 찾기가 힘들다. 시청률 5% 미만에 머물러 있는 미니시리즈도 수두룩할 만큼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 하락은 심각하다. 이에 반해 tvN, JTBC 등 케이블과 종편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드라마들은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승승장구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타성에 젖은 안일한 작품이 이어지면서 지상파가 젊은 시청자의 신뢰를 잃었다”고 평했다.

지상파 예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평일 예능 중에는 2%대에 머물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MBC는 타개책의 일환으로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먼저 ‘PD수첩’은 지난 1월 한학수 PD가 정식 진행자로 복귀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다. 한학수 PD는 2005년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을 ‘PD수첩’을 통해 밝혀낸 바 있다. 그간 거대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취재를 해왔던 ‘PD수첩’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시청률도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월화극보다 높은 편이다. 장자연의 죽음을 둘러싼 내용을 보도했던 ‘고(故) 장자연’ 1부(7월24일)는 시청률 4.5%를 기록해 같은 날 앞서 방송된 월화극 ‘사생결단 로맨스’ 3~4회(2.7%-3.1%)보다 높았다.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행 의혹을 추가로 다룬 ‘거장의 민낯, 그 후’(8월7일)는 시청률 5%를 넘겼다.


MBC, PD수첩 ‘거장의 민낯 그 후’ 등
동시간대 월화극보다 높은 시청률 기록

여성·뷰티·여행·문화 등 20대를 겨냥한
모바일 전용 뉴스 콘텐츠‘14F’도 론칭

KBS, 정통시사 틀 벗어난 색다른 포맷
보도프로그램‘오늘밤 김제동’9월 첫선



다큐멘터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2부작으로 방송된 KBS 1TV ‘김영철의 동네한바퀴’는 시청률 8.3%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김영철이 동네 탐험을 하는 콘셉트로 도시생활에 지친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한 게 주효했다. 경증 치매 판정을 받은 노인들이 음식점 서빙에 도전하는 과정을 다룬 ‘KBS 스페셜-주문을 잊은 음식점’도 시청률 5.5%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KBS 2TV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3.3%)와 MBC ‘시간’(3.7%)을 모두 제쳤다. 또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시청률 8%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궁금한 이야기 Y’의 시청률도 8%를 넘나들며 사랑받고 있다.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시사교양은 지상파에서만 주로 방송되기 때문에 특화된 점이 있다"면서도 “이러다가 지상파에 시사교양 프로그램만 남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지상파도 종편과 케이블의 성공시스템을 도입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도 프로그램 신설

지상파가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함께 주목하고 있는 건 보도 프로그램이다. 다소 획기적이라 눈길을 끈다. 먼저 편성 시간대를 두고 KBS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던 ‘오늘밤 김제동’이 9월10일 첫선을 보인다. KBS ‘뉴스라인’을 10분 축소하고 월∼목요일 밤 11시30분에 편성했다. KBS 관계자는 “‘오늘밤 김제동’은 과거의 엄숙하고 어려운 정통 시사프로그램의 틀을 벗고, 시민 눈높이에서 이슈를 쉽고 재밌게 풀어나가는 색다른 포맷의 시사토크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MBC는 ‘20대가 만드는, 20대를 위한 뉴스’를 기치로 내건 모바일 전용 뉴스 콘텐츠 ‘14F’를 론칭했다. ‘14F’는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을 견인하기 위해 젊은 시청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SNS 등 뉴미디어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출범했다. ‘MBC 14층 사람들’이라는 뜻을 지닌 ‘14F’는 14층 제작팀이 매일 3~4개 아이템을 선정해 평일 밤 9시에 업로드한다. 모바일에 맞게 세로 화면과 3분 안팎으로 간결하게 구성했고, 주제도 여성·헬스 앤드(&) 뷰티·여행·문화·성(性) 등 20대가 관심을 갖는 14개로 정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간 시범 운영하면서 유의미한 성과도 거뒀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콘텐츠 누적 조회수는 38만6천회를 기록했으며, 전체 조회자 중 67% 이상이 18~34세였다. ‘14F’를 팔로하는 사람도 8천명이 넘었는데, 여성이 57%로 남성보다 더 많았다. 이호인 MBC뉴미디어뉴스국장은 “20대 중후반 여성들이 SNS 소비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성을 타깃으로 했다"며 “3분짜리 콘텐츠를 넘어 토크쇼나 짧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TV와 연계해 최종적으로는 통합 뉴스룸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고 말했다. MBC는 ‘14F’ 외에도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시청자가 뉴스 아이템 선정에 참여하는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도 선보이고 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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