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진흥재단의 한약재 이야기 - 하늘타리] 몸의 열 내려주고 진액을 만들며 종기 없애줘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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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1 07:52  |  수정 2018-09-21 11:39  |  발행일 2018-08-21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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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시골길을 걷다 보면 담장 덩굴 사이로 어린아이 주먹만 한 노란 열매가 달려 있다. 순백의 꽃이 아름다운 이 식물의 이름은 하늘타리. 7~8월 꽃 피는 다년생 덩굴식물로, 담장 녹화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국내 자생종으로 하늘타리와 노랑하늘타리가 있으며, 뿌리와 씨를 한약재로 쓴다.

옛날 깊은 산속에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신비한 동굴이 있었다. 어느 여름날, 나무꾼이 목이 말라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시원한 물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꿈속 동굴 안에는 어떤 보물보다 소중한 금참외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또 ‘열려라 금참외의 주인이 왔다’는 주문을 말하면 동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신선의 이야기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나무꾼은 동굴 가까이 다가가 주문을 소리치니 정말 동굴 문이 열리고 금참외가 한가득 있었다. 하지만 금참외를 꺾어 집에 돌아와 보니 황금이 아닌 잘 익은 참외였다. 실망한 나무꾼은 마당 한쪽에 그것을 묻어 버렸다.

며칠이 지난 후 나무꾼은 또 한 번 동굴 앞에서 잠이 들었고, 이번엔 신선이 ‘이 열매는 폐에 병이 든 사람을 치료하는데 유용하다’고 일러주었다. 그 후 폐병에 걸린 사람에게 열매를 달여 나눠 주니 병이 깨끗이 나았다. 사람들은 고마움에 보답코자 나무꾼의 나무를 샀고, 큰 부자가 되었다.

하늘타리 뿌리의 껍질을 제거한 것을 과루근, 잘 익은 열매를 과루실, 그 껍질과 씨앗을 각각 과루피·과루인이라 하여 한약재로 쓴다. 과루근은 천화분이라고도 부르며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은 달며 조금 쓰면서 시다. 몸의 열을 내려주고, 진액을 만들며 종기를 없애고 배농시켜준다.

동의보감에서는 소갈로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그득한 것을 낫게 하며, 장과 위속의 오래된 열과 황달로 몸과 얼굴이 누렇고 입술과 입안이 마르는 것을 치료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소장을 잘 통하게 하고 종독, 유옹, 등창, 치루, 창절, 다쳐서 생긴 어혈과 고름 배출에 효과가 있으며 월경을 잘하게 한다고 쓰고 있다.

성질이 찬 과루실과 과루인은 맛이 달고 조금 쓰지만 과루피는 맛이 달다. 과루실은 열을 내리고 가래를 삭이며, 가슴이 막힌 듯한 증상을 풀어주고, 장을 촉촉하게 하여 대변을 잘 보게 한다. 과루피는 기를 막힘없이 돌게끔 도와줘 가래를 줄여주고 가슴 답답하게 뭉친 것을 풀어준다. 과루인은 폐와 장의 건조함을 완화시켜 가래를 없애며 대변을 잘 보게 한다.

여준환 (약용작물종자보급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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