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댄서로서의 삶에 대하여 <1>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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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1 08:12  |  수정 2018-09-21 10:38  |  발행일 2018-08-21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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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댄스팀 아트지 멤버>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춤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춤과 관련된 첫 번째 기억으로는 유치원에서 발표회 준비를 할 때였다. 당시 담당 선생님들이 임의로 조를 나눈 후 조마다 다른 곡의 안무로 발표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속한 조는 한복을 입고 연지곤지를 찍은 후 ‘갑돌이와 갑순이’라는 곡에 맞춰 안무를 배우고 있었고, 다른 조는 탱크톱에 나팔바지를 입고 댄스곡에 안무를 배우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왜 그렇게 다른 조가 하는 콘셉트가 탐이 나는지 나도 저렇게 세련된 음악에 더 격렬한 동작의 춤을 추고 싶다고 선생님한테 조를 바꿔달라고 떼를 썼던 기억이다. 단순히 어린아이의 투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7세의 나는 진심으로 신나는 댄스곡에 더욱 격렬한 안무가 있던 무대가 탐이 났다.

그때부터 나는 항상 춤을 췄다. TV를 보면서 췄고, 후에 컴퓨터가 생기자 인터넷에 떠도는 춤 동영상을 보면서 췄고, 나중에는 춤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 함께 췄다. 전문 지식 같은 것은 전혀 없었지만 TV나 컴퓨터 속 동영상에 나오는 춤을 추는 사람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고, 나도 춤을 잘 추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이후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교내 댄스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춤을 전공으로 하고 있던 두 학년 위 선배의 소개로 처음 스트리트댄스 학원에 발을 들였다. 전문 댄스 학원은 정말 신세계였다. 외국 영화 ‘스텝 업’에 나올 법한 춤을 추는 댄서들이 한국에, 그것도 대구에 존재한다니 고등학생인 내가 처음 본 스트리트댄스 학원은 다른 세상 같은 느낌이었다. 학원의 선생님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이었고 다들 놀랍도록 춤을 잘 췄다.

외국 영화에나 존재하는 줄 알았던 춤을 추는 사람들이 한국에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댄서’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도 매우 신기했다. 어릴 적부터 춤이 좋아서 항상 췄지만 춤을 추는 직업에 관해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직업 중 댄서는 없었고, 춤을 추면서 돈을 벌 수 있고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 후 나는 댄서라는 직업을 꿈꾸며 스트리트 댄스로 진학할 수 있는 대학교육기관을 찾아 진학하였고, 졸업 후에는 문화예술경영 전공으로 대학원을 진학하였다. 그 이유는 춤만 잘 추는 댄서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이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무대를 서면서 내가 지금 서고 있는 무대가 누굴 위한 건지, 누가 주관을 한 것인지, 측정된 공연 값은 얼마인지 등 아주 기본적인 정보도 댄서에게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럴 때마다 잠깐 물건을 팔고 다시 갈 길 가는 보따리 장수가 된 기분이 들었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댄서로서 이 무대에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모르고 준비한 춤만 보여주고 가는 것이 찝찝하게 느껴졌다. 내가 서 있는 무대가 어떤 무대인지 알려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박혜진 <댄스팀 아트지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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