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그들만 이해하는 ‘특수활동’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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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1   |  발행일 2018-08-21 제30면   |  수정 2018-09-21
일반인의 눈에는 ‘쌈짓돈’
국회 특활비 폐지는 다행
아직 18개 정부기관에 존재
외교·안보 등 명분 붙여도
지출내역 투명성에 의문점
20180821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문제점이 세상에 드러났다. ‘특수활동비’라는 명목의 국민세금을 권력자의 주머니돈처럼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국가와 정부에 대한 불신, 그리고 무한한 분노를 가져다 주었다. 앞선 2015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쓰고 남은 특수활동비를 아내에게 가져다주었으며 아내가 이를 모아 큰 액수의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당시 홍 전 대표의 발언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참여연대가 국회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했으나 국회 사무처는 불응했다. 그럼에도 참여연대는 굴하지 않고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특수활동비가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그렇게 일반에 공개된 정보 앞에서 국민들은 다시 한 번 특수활동비가 권력자의 용돈이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특수활동’이란 무엇일까? 시사용어사전에서 이야기하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국정수행활동이 무엇일까? 지출증빙이 필요하고 기록이 남는 예산도 일반 국민에게 낯선데, 영수증도 필요없고 수령인의 확인만 있으면 되는 특활비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교’ ‘안보’ 등 명분이 있어 보이는 단어를 아무리 가져와도 일반의 눈에는 쌈짓돈 혹은 눈먼 돈으로 보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공개된 특활비 지출 내역을 보면 그들이 이야기하는 외교와 안보, 기밀이 요구되는 국정업무에 해당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불충분한 설명과 잘못된 예를 보고 어느 누가 올바르게 학습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지난 16일 국회는 일부 영역을 제외한 모든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을 요구하는 양성화 방안을 먼저 이야기했지만 국민의 분노를 부추길 뿐이었다. 그래서 교섭단체와 상임위원장 운영지원비, 국외활동 장도비, 목적이 불분명한 식사비 등을 모두 폐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이 과정에서 민심에 응답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국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결과적으로 특수활동비의 폐지와 과거 내역의 공개가 이뤄지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2017년 특활비의 규모를 보았을 때 국회는 6위 정도로 국가정보원, 국방부, 경찰청, 법무부, 청와대의 특수활동비가 훨씬 많다. 그리고 규모는 작지만 특활비가 존재하는 정부 기관의 수가 18개나 된다. 즉,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거나 조정해야 할 기관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국회는 정부의 예산을 심의하고 결산을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즉, 다른 정부기관에 특수활동비 폐지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국회에서 다른 정부기관의 참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기관의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옳지 않은 전례와 상황 설명 부족으로 특수활동비의 존폐 여부가 이슈의 중심에 있다. 공개 여부도 중요한 요소다. 자료의 공개는 기관의 투명성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민의 신뢰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외국에서의 특활비 논란이 존폐 여부에 한정되기보다는 공개 여부와 그 범위까지 다뤄지고 있는 것이 이러한 이유다. 정치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치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민들은 국익에 해가 되는 존재가 아니다. 누구보다 국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다. 정보공개를 통해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신뢰를 높이는 일을 해야 한다. 막 물꼬를 튼 우리는 지금 ‘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질’에 대한 평가를 더해 보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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