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달서책사랑 전국주부수필공모전] 대상 나혜정씨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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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3   |  발행일 2018-08-23 제21면   |  수정 2018-09-21
“엄마 바람 되어 가장 활짝 핀 꽃 만나러 간다”
20180823
나혜정씨

하루 종일 종종거리다 퇴근길 운전대를 잡으면 눈앞에 보름달 같은 딸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어서 목소리도 들려온다. “엄마 엄마, 아빠는 아빠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딸아이의 얼굴과 목소리가 운전대 위로 동동 떠다니는 이 시간, 이것만으로도 행복하기 이를 데 없는 퇴근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제9회 주부수필공모전의 수상 소식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소식이었는데 이 순간을 마주한 지금, 아이처럼 감탄사부터 절로 나온다. “우와~”

이 기쁜 소식을 누구에게 전할까.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았다. 남편에 엄마에 친구들까지, 모두 내 일처럼 기뻐해 줄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나 나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버지는 딱 지금의 내 나이에 어린 남매를 두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아버지와 내가 함께한 시간은 13년이 전부다. 하지만 내게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음으로 더욱 뼈저리게 존재하는 사람이 되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도, 고된 하루의 끝에도, 가장 기쁜 날에도, 가장 슬프던 그날에도 아버지는 늘 나와 함께했다. 오랜 투병생활 중에도 자식을 사랑해 단 하루를 더 살고자 노력했던 아버지에게 가장 먼저 이 행복한 소식을 전한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오직 삶으로만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아버지를 생각하며 딸아이에게 달려가는 지금 이 순간, 이 행복을 선물해 준 달서구청과 영남일보에 진심어린 감사를 전한다. 부족한 내 글에 묻어 있는 늦깎이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준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린다.

오늘은 딸아이에게 동화책 ‘뭘 그릴까’를 읽어줄 차례다. 동화책의 마지막은 “활짝 핀 꽃을 그렸어요. 어떻게 될까요?”이지만 우리는 늘 이렇게 바꾸어서 읽는다. “활짝 핀 꽃을 그렸어요. 어떻게 될까요? 승유가 되었어요”라고 하며 아이 얼굴에 꽃받침을 만들어 주면 딸아이는 미소천사로 변신한다. 지금 나는 세상 가장 활짝 핀 꽃을 만나러 간다. 승유한테만 부는 엄마 바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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