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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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04

신들은 주사위를 던집니다. 그들의 마음은 얼음처럼 차갑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아꼈던 이들을 잃지만 오직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집니다. 패자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아주 간단한데 나는 왜 불평할까요?

사상 최고의 주크박스 뮤지컬이자 2004년 우리나라에서 초연된 이래 뮤지컬 붐을 거세게 몰고왔던 ‘맘마미아’ 중 주인공 도나의 솔로 곡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는 모든 것을 가진다)의 가사 중 일부다. 그에게 했던 키스의 감각,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의 느낌들,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인의 절절한 마음이 녹아든 명곡이다. 이 곡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승자독식판으로 변해가는 세상 일을 실연의 고통과 슬픔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요즈음 시장에서의 승자독식은 대개 판을 바꾸는 기술혁신에 의한 시장 선점에서 시작된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의 래리 다운즈와 폴 누네스는 최근 몇년간 세계 산업의 변화 양상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현재 산업과 업종을 넘어서서 혁신의 과정 자체가 근본적으로 깨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품은 보다 좋고 보다 싸며 거의 모든 사용자에게 맞춤형이고, 무엇보다 제품개발 속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개발비용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간 세계 경영전략 학계의 지배적인 이론가들이었던 마이클 포터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이론적 틀, 예컨대 저비용과 고가치 전략은 양립할 수 없다는 전략선택의 제약조건이나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연구개발(R&D) 비용 때문에 시장의 글로벌화가 이루어진다는 논점들 자체가 존재할 자리를 잃을 지경이다. 이러한 혁신제품 혹은 기업을 ‘빅뱅파괴자’라 부르고, 이들은 단순히 파괴적인 혁신이 아닌 산업기반과 시장 자체를 바꿔버리는 ‘초토화 혁신(devastating innovation)’을 이끈다. 당연히 그들은 2등이 존재할 수 없는 승자독식판의 유일한 생존자로 등극한다.

다용도기술(general-purpose technologies)은 혁신가가 빅뱅파괴자를 개발하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기하급수적 기술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짧은 기간 안에 가격과 성능 양 측면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개선이 이루어져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 명백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다용도기술로 이미 모듈화되어 있는 컴퓨터 분야 외에 인간 게놈, 광섬유, LED, 로봇공학, 재료과학에서 물 분해, 열전기학(열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 분야),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등은 잠재적인 다용도기술이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 투자분야이다.

다용도기술의 선점을 노리거나 시장 선점자를 저지하는 것은 바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검색엔진의 지배자인 구글이 모바일 앱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운영시스템에서 애플의 iOS와 쌍벽을 이루는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2016년 8월 인수한 스마트싱스의 IoT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2017년까지 기존 삼성 제품의 90%를 IoT로 연결한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자체개발은 조직에 귀중한 경험을 축적시키고 막대한 학습효과를 주지만 뒤늦게 개발하여 진출했을 때는 시장은 이미 승자독식판으로 바뀐 뒤다. 또 뒤늦게 자체개발한 기술이 시장에서 이미 통용 중인 다용도기술을 누르고 ‘사실상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다용도기술의 선점을 위한 시간과의 싸움, 이것이 요즈음 많이 논의되는 대기업과 기술혁신형 벤처 간의 상생협력과 기업 인수·합병 규제완화의 배경이다. 한쪽에서 승자독식을 향한 거센 도전을 해올 때 이쪽에서는 이를 저지하고 엎어치기 위해서 이해관계자와 서로 살기 위한 상생협력과 심지어 결합까지 시도하는 묘한 현상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맘마미아의 도나가 느끼는 것처럼 승자독식판에서 패자가 감당해야 할 고통과 슬픔이 그만큼 깊고 크기 때문이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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